서 론
IgG4-연관 질환은 만성 염증성 전신 질환으로서 높은 혈중 IgG4 수치와 조직학적으로 IgG4-양성 형질세포의 침윤과 섬유화가 특징적이며, 육안적으로 종양이나 결절 같은 비후된 병변 혹은 주위조직의 미란 소견을 보인다. 주로 췌장, 간, 폐 등의 장기에 발생한다. 이비인후과 영역에서는 침샘과 눈물샘에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으며1) 이런 증례들의 경우 IgG4-연관 침샘염이 나 누낭염 혹은 IgG4-연관 Mikulicz 질환이라는 병명으 로 진단 기준도 비교적 확립되어 있다.2,3) 그러나 비부비 동에 발생하는 경우는 비교적 희귀하여 진단 기준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다.
저자들은 양측 비강 비출혈을 주소로 내원한 69세 여 자 환자에서 비강 내시경, 전산화 단층 촬영, 혈청 IgG4, 조직검사 등을 통하여 IgG4-연관 질환을 진단하고 스테 로이드와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하였기에 문헌과 함께 보 고하는 바이다.
증 례
69세 여자 환자가 내원 2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 한 양측 점액농성 비루가 섞인 비출혈을 주소로 내원하 였다. 고혈압이 있었으나, 약물 복용하고 있지 않았으며, 좌안 각막궤양으로 안과에서 점안 안약(cyclosporine, hyaluronate, fluorometholone eye solution)으로 치료 중이었다. 5년 전 중국에서 폐결핵을 진단받았고, 한약 치료 후 완치되었다고 하였다. 음주나 흡연 경력은 없었 고, 가족력 상 아버지 뇌졸중, 어머니 뇌출혈 병력이 있 었다.
비강 내시경에서 양측 비강 특히 비중격과 하비갑개 내측 점막의 전반적인 미란을 보였고, 좌측 하비갑개의 비후 및 일부 비중격과 유착된 소견이 보였다. 비강 내 점액농성 비루와 후비루도 관찰되으나(Fig. 1), 안장코 같은 외비 기형은 없었다. 부비동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상악동과 사골동은 연부조직음영으로 채워져 있었고, 중비갑개, 하비갑개를 포함한 골성 조직에 미란성 병변 (mottled appearance)을 보였다(Fig. 2).
혈중 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 감소(11.1 g/dL, 정상 범위 12.5~15.0) 및 eGFR(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27.7 L/min/1.73m2로 4단계 중증 신기능 저하 가 확인되었다. 그 외 칼륨 수치(6.3 mmol/L, 정상 범위 3.5~5.1) 증가 및 hsCRP 수치(0.76 mg/dL, 정상 범위 0~ 0.5) 경한 증가 소견 보였다. 소변 검사에서 spot urine Protein/Creatinine ratio 720.3 mg/g, 요 침사 현미경에 서 적혈구 6~10/HPF였다. 혈청 면역형광법으로 검사한 c-ANCA(cytoplasmic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ies) 1 : 20 양성 및 혈청 항 proteinase 3(PR3) 항체 21.1 IU/mL(참고치<5 IU/mL)였고, 혈중 IgG(1487.7 mg/dL, 정상범위 700~1600)는 정상범위이나 IgG4 (102.8 mg/dL, 정상범위 3.9~86.4)는 경한 증가 소견을 보여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등의 전신성 염증질환, 결핵, 침습성 진균 부비동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 및 NK-T 세 포 림프종 같은 악성종양 등의 가능성도 의심하여 부비 동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당시 농성 비루에 대한 배양검사 결과 표피포도 구균(Staphylococcus epidermidis)과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이 소수 있으나 진균이나 항산균은 음 성이었다. 병리조직검사 결과 우측 사골동, 중비갑개에 서는 만성 염증, 좌측 중비갑개에서는 소동맥 주위에 조 직구와 호산구의 침윤을 보여 호산구성 혈관염이 의심 되었고 좌측 상악동에서 괴사성 염증 소견을 보였다. 특 히 좌측 하비갑개 조직에서 밀집된 림프형질세포의 침윤, 고배율 시야에서 IgG4-양성 형질세포가 90개 이상, IgG4/ IgG 비율 0.7, 소용돌이형 섬유화 소견을 보여 IgG4-연 관 질환을 강력히 시사하였다(Fig. 3).
일 주간 경구 스테로이드제(prednisolone) 40 mg을 투 여하고, 2주 동안 20 mg으로 감량하였으며, 이후 10 mg 까지 6개월 정도 감량 유지하였다. 비강 세척, 스테로이 드 비강 분무제를 사용하면서 술 후 한 달 째 비강 내시 경 검사에서 비강 점막은 호전되었다. 비강 상태는 수술 후 6개월까지 경과 관찰하였으며(Fig. 4), 이후 스테로이 드제는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복용하였다.
환자는 술 전 발견된 만성 신부전으로 신장내과에서 losartan 50 mg과 Atorvastatin 10 mg을 복용하며 경과 관찰 하던 중, 술 후 3개월 째 갑자기 발생한 우측 하지 의 위약감으로 응급실에서 시행한 영상 검사 상 좌측 뇌 교의 급성 뇌경색이 진단되었고, 이후 Clopidogrel 75 mg 을 추가 처방 받았다. 이후 연고지인 중국으로 돌아가서 그로부터 약 1년 뒤 사망하였으며, 사망 원인은 뇌경색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 찰
IgG4-연관 질환은 전신에 분포하는 다양한 외분비샘 에 IgG4-양성 형질세포와 T 임파구가 특징적으로 많이 침윤되는 자가면역질환이다.3) 정확한 발병 기전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나 자가면역성 췌장염의 연구과정에서 Th2 세포와 사이토카인의 과분비와 관련되어 있다고 처 음 보고되었다.4) 대부분의 병변이 췌장, 담관, 침샘, 눈물 샘 등 외분비 기관에 국한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주로 이 런 외분비 기관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자가면역 표적 항 원에 대한 자가항체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3) 두경부 영역에서는 IgG4-양성 형질세포 침윤이 주로 침 샘, 눈물샘, 뇌하수체 등에서 발생하여 만성 경화성 침샘 염이나 경화성 눈물샘염 등이 국내에 보고되었다.5) 본 증례와 같이 비강이나 부비동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 뿐 아니라 대부분 초기에 코막힘, 점액농성 비루 같은 일 반적인 코 증상을 보인다. 질병이 진행되어 혈성 비루 혹 은 비출혈 증상이 발생하고, 비강 내시경 검사에서 비강 점막의 미란,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연부조직 음영과 경 도의 골파괴 양상을 보이더라도, 악성종양이나 육아종 성 질환 혹은 침습성 진균 부비동염의 가능성을 먼저 의 심하지 IgG4-연관 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6-10) 본 증례도 비부동염의 단순 염 증성 질환과 함께 NK-T 세포 림프종 같은 악성종양, 결 핵이나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침습성 진균 부비동염의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였고, 수술 후 조직검사와 혈청 검 사를 통하여 최종 진단되었다.
IgG4-연관 질환이 외분비 샘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최근에 다음과 같은 진단 기준이 제시되었다. 1) 단일 혹 은 다발 장기에서 미만성이거나 국한된 부종, 종물, 결절 또는 비후된 병변 2) 혈중 IgG4 농도 135 mg/dL 이상 3) 뚜렷한 림프구와 형질세포의 침윤과 섬유화 소견, IgG4 양성 세포와 IgG 양성세포의 비율이 40% 이상, 고배율 현미경 시야에서 IgG4-양성 형질세포가 10개 이상 등의 소견이 두 가지 이상 연합되었을 경우이다.4) 비부비동에 서는 드물게 발생하므로 이런 진단 기준은 확립되어 있 지 않지만, 조직학적으로 뚜렷한 림프형질세포의 침윤, 소용돌이형 섬유화, 폐쇄성 정맥염 등의 소견이 있으면 강력히 의심하고, 여기에 앞에서 언급된 진단 기준에 부 합하는 소견이 한 개 이상 있으면 IgG4-연관 질환을 진 단한다.11)
IgG4-연관 질환은 발생 빈도가 드물어서 처음부터 의 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 증례에서 진균과 항산균, 결핵균 PCR 검사 음성으로서 진균 질환이나 결핵은 배 제하였다. 혈중 c-ANCA와 PR3 항체에 대한 양성 소견 을 보여 ANCA 연관 혈관염(ANCA-associated vasculitis) 질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혈중 IgG4는 102.8 mg/dL으로서 진단기준인 135 mg/dL 보다는 낮 지만 정상 범위보다는 증가되어 있었으며, 좌측 하비갑 개의 조직검사에서 뚜렷한 형질세포의 침윤, 소용돌이 형 섬유화, 이물육아종 및 고배율 현미경시야에서 IgG4-양성 형질세포가 90개 이상, IgG4/IgG 70% 등의 소견을 보여 IgG4-연관 질환을 확진할 수 있었다.
ANCA는 호중구와 단핵구의 세포질 과립에 존재하 는 특정 단백질에 대한 항체로, c-ANCA의 가장 중요한 항원은 호중구의 아주르 친화과립(azurophilic granule) 에 존재하는 PR3이며, 항 PR3 항체의 존재는 ANCA 연 관 혈관염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12) 항 PR3 항체는 일차 적으로 IgG이며, IgG1과 IgG3 키메라 항 PR3 항체는 호 중구를 활성화시켜, 세포의 부착, superoxide 분비, 탈과 립화 및 Interleukin-8(IL-8)의 분비에 기여한다. 반면에, IgG4 항 PR3 항체는 IL-8의 분비를 증가시키지 않지만, Superoxide를 분비하고 탈과립화와 세포부착에 관여함 으로써, 염증성 반응을 증가시켜 혈관염의 병인에 중요 한 역할을 한다. IgG4-연관 질환 환자에서 ANCA 연관 혈관염이 병발하는 경우가 드물게 보고된 바 있으나,13,14) ANCA의 존재가 IgG4-연관 질환 환자에서 추후 ANCA 연관혈관염의 발병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 혀진 바 없다. 본 증례와 마찬가지로 기존 증례 보고에서 도 IgG4-연관 질환 환자가 ANCA 양성을 보이는 경우 그 병변이 주로 두경부에 한정되어 있고, 후복막이나 폐, 췌 장 등 흔히 침범되는 장기는 침범하지 않았다.14) 즉, ANCA 가 양성이고, 병변이 두경부에 국한된 경우, IgG4 연관 질환을 배제할 수 없겠다.
IgG4-연관 질환이 비강과 부비동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발생하면 스테로이드 치료에는 비교적 잘 반 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9) 스테로이드는 임상 증상 을 호전시킬 뿐 아니라 혈청 내 IgG4 농도와 IgG4 양성 형질세포 수를 감소시키며 섬유화 혹은 경화성 같은 비 가역적 병변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9) 비교적 많이 연구된 IgG4-연관 질환인 자가면역성 췌장염의 경 우 일반적으로 경구 프레드니솔론 40 mg/day로 2~4주 간 치료 시작 후, 2~6개월에 걸쳐서 감량할 것을 권고한 다.15) 스테로이드 치료 중단 후 재발 가능성 때문에 저용 량 스테로이드 5~10 mg/day로 몇 년간 유지할 것을 권 고하기도 하는데, 유지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 분하다.11) 상대적으로 드문 비부비동의 IgG4-연관 질환 의 경우 치료의 프로토콜이 정해진 바는 없으나, 자가면 역성 췌장염과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겠고, 본 증례의 경 우, 환자의 만성 신부전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시작 용량 40 mg을 좀 더 짧은 기간인 일 주 정도 유지 후 감량하였 다. 이후 10 mg의 스테로이드를 유지하며 외래로 6개월 간 추적 관찰했으나, 출국 후 1년 뒤 사망하여 IgG4-연 관 질환과 관련한 경과는 알 수 없었다.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methotrexate, Azathioprine, Cyclophosphamide와 같 은 면역억제제의 장기 투약3)이나 rituximab와 dexamethasone의 병용 요법으로 조절하기도 한다.10)
이비인후과 의사는 비출혈을 주소로 환자가 내원 시, 비강 내시경에서 경화성 종물이 없다 하더라도 비강 점 막의 미란과 유착이 있을 경우 그 원인 질환으로 육아종 성질환, 악성종양 외에도 드물지만 IgG4-연관 질환을 포함한 자가면역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 인다. 또한, IgG4-연관 질환이 의심될 때에는 병리조직 검사뿐만 아니라 연관된 다양한 혈청 검사를 시행하여 감별진단을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