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8명으로 OECD 평균 10.7명에 비해 상당히 높다.1) 2022년 기준 자살사망자 12,727명 중 음독으로 인한 사망이 1,139명으로 전체 자살사망자의 8.95%를 차지한다.2) 이 중 부식제 음독은 상부 위장관 또는 기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며 부식제의 종류, 형태, 농도, 노출 기간 등이 손상의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3) 수산화나트륨은 알칼리 부식제이며 조직에 침투하여 화상 및 괴사를 야기한다.4) 따라서 수산화나트륨을 음독한 환자는 상기도 손상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처치 및 주의 깊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이에 본 저자들은 50세 남성이 자살 목적으로 수산화나트륨을 복용 후 발생한 심한 인후두 협착에 대해 치료한 사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50세 남자 환자가 내원 전날 20시경 자살 목적으로 산에서 양잿물(수산화 나트륨)을 복용 후 다음날 새벽 5시경 호흡곤란, 복통으로 본원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혈압 150/100 mmHg, 호흡수 59회/분, 맥박 59회/분, 호흡수 22회/분, 체온 36.5, 산소포화도 100%였으며 GCS(glasgow coma scale) 점수는 15점으로 자발적으로 눈을 뜨고 지남력이 있는 상태였다. 최근 직장 문제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표현하였으며, 과거력상 특이 소견은 없었다.
경부 및 복부 CT(computed tomography) 검사에서는 식도 및 위점막의 부종 소견이 있었으나 다른 이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후두내시경 검사상 구인두 점막의 심한 부종과 미란성 변화가 관찰되었다(Fig. 1). 내시경 소견 및 알칼리 음독을 고려할 때 추후 상기도 점막의 악화 가능성이 높아 기관 삽관 후 위산억제제, 스테로이드 약물 처치 후 중환자실 치료를 시작하였다. 입원 치료 3일차에 기도는 비교적 잘 유지되어 발관하였으며 2주 후 일반 병실로 전실하였다. 입원 3주차에 시행한 후두내시경 검사상 구인두부터 하인두까지 점막의 미란성 변화 및 후두개 연골의 일부가 점막 괴사에 의해 노출되었으며 약간의 기도 협착이 관찰되지만 호흡 유지는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입원 4주차때 호흡곤란이 발생하여 시행한 내시경 검사상 기도 협착이 악화되어 국소마취하에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였고 CO2 레이저를 이용하여 가성대 상부에 발생한 협착 부위를 제거하였다(Fig. 1). 이후 상후두 및 인두 협착의 재발로 내원 4개월 및 5개월째 레이저 후두미세수술을 추가로 시행하였으며, 양잿물 복용으로부터 8개월 이후부터 상후두 협착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 추가 치료 없이 경과 관찰 중이다(Fig. 2). 정상적인 발성은 가능한 상태지만 상부 식도의 완전 협착으로 인해 위루관으로 식이 중이며, 기관절개공은 객담 관리를 위해 유지하고 있다.
고찰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10-30대 사망원인 중 1위이며, 40–50대에서는 2위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1) Lee 등이 2022년 6월부터 1년간 국내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중독환자 5,997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사망 환자의 84.3%가 자살 또는 자해 목적으로 독성 물질을 음독 또는 노출하였다. 중독물질로는 벤조디아제핀 또는 졸피뎀 등의 치료약물 음독이 51.5%로 가장 많았으며, 치아염소산나트륨을 포함한 가정용품은 2.4%를 차지하였다.5)
음독 물질 중 부식제는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분류하며 식도와 위를 포함한 상부 위장관 및 인두와 후두의 손상을 초래한다. 국내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20년간 후향적으로 음독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표백제인 치아염소산나트륨(락스)이 가장 흔하였으며 아세트산(빙초산), 염산, 수산화나트륨(양잿물) 등의 가정용 세정제가 많았다.3) 특히, 알칼리성 부식제의 음독은 급속한 액화성 괴사(liquefactive necrosis)에 의한 조직 손상을 유발하며 식도 천공 및 협착, 전격동염 및 심한 경우 환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음독 2–3주 뒤에는 섬유화로 인한 협착이 점차 진행하며 부식제의 노출 정도에 따라 상후두 협착이 관찰되기도 한다.6) 본 증례에서는 협착의 시점은 불명확하지만 내원 10일 뒤 인후두 점막의 염증성 변화는 확인되나 구축은 관찰되지 않았고 내원 3주 뒤에는 후두개 주위의 협착이 후두개 주름을 따라 진행되어 내원 당시에 비해 약 30%–40% 좁아진 소견을 보였다. 음독 이외에도 상후두 협착은 방사선 치료 병력이 있거나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질환, 종양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7)
부식제 음독 환자의 경우 천공이 의심되지 않는 한 광범위한 내시경 검사(panendoscopy)를 시행하여 병변의 정도와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지연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일차적 치료의 목표는 기도 확보이며 음성의 회복과 경구 섭취를 위한 재활이 병행되어야 한다. 상후두 협착에 대한 정립된 치료 방법은 없지만 섬유화 예방을 위해 비타민 C와 E, 스테로이드, 위산 분비억제제, 인도메타신(indomethacin)의 투여와 고압산소 치료(hyperbaric oxygen) 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 기도 협착의 악화가 예상되는 경우 신속히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여 기도를 확보해야 하며, 협착의 진행 정도에 따라 후두미세수술 도구(cold instrument)나 레이저를 이용한 경구강 수술, 내시경적 풍선확장술, 후두 절제술 및 이식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후두의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가능하면 내시경적 풍선확장술, 레이저 후두미세수술로 협착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추천되며 레이저 후두미세수술의 경우 목표로 하는 병변을 정확히 제거할 수 있지만 협착 범위가 광범위한 경우 재협착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복적인 풍선확장술이 더 유용할 수 있고 이 두 가지 시술을 함께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협착으로 인해 후두나 인두의 회복 가능성이 낮거나 없는 경우에는 후두 절제술 후 문합술 또는 위상 견인, 이식술을 시행하여 호흡 및 연하 재활을 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것으로 사료된다. 한 연구에서 의도치 않게 부식제를 복용한 후 발생한 상후두 협착 소아 환자에서 CO2 레이저를 이용하여 치험한 보고가 있었으며 심한 식도 협착 환자의 경우 위상견인 재건술(gastric pull-up)을 시행하기도 하였다.8,9) 본 증례에서는 기도 확보 및 흡인 예방을 위해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였고 상부 식도가 완전히 폐쇄되었으며, 상후두 협착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지만 성대 기능은 정상이었기 때문에 기도 확보를 위해 반복적인 CO2 레이저 후두미세수술을 시행하였다.
인후두 점막의 손상에 의한 협착 정도는 음독의 종류, 농도, 복용량, 노출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3) 본 증례에서는 내원 9시간 전에 양잿물을 복용하였고 인후두 점막 부종이 확인되었다. 음독 1개월째 호흡곤란의 악화로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였으며 3차례 수술 후 음독 7–8개월째 협착의 진행이 관찰되지 않았다. 본 증례와 유사한 인후두 협착의 사례의 보고는 드물지만 음독과 협착에 관한 일부 연구에 따르면 협착의 주요 발생 부위는 식도와 위다. 보통 2개월 이내에 위와 식도의 협착이 발생하지만 1년 뒤에 나타나기도 하며, 지연성으로 기관식도 누공, 위 천공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또한, 협착의 위험인자로는 비만, 기관 삽관의 필요성, 초기의 환자의 증상, 백혈구 수, 내시경상 점막의 상태 등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확인이 예후에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10)
음독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였을 때 가능한 처치는 음독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감염의 징후가 의심되는 경우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음독에 의한 상기도 협착의 표준치료는 정립된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음독 환자가 내원하였을 때 기도 유지 가능성 여부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이후 경과 관찰하면서 흡인 및 구강 섭취 가능 여부를 판단하여 개인별로 적절한 중재를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