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분리종이란 조직학적으로 정상적인 조직이 비정상적인 위치에 종괴를 형성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1) 분리종은 양성의 드문 질환이며, 병인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발달 이론과 반응 혹은 외상 후 이론의 두 가지 가설이 있다.2) 분리종은 과오종이나 기형종과 구분되어야 하는데, 과오종은 정상적인 위치에 비정상적으로 증식된 종괴이고 기형종은 세 배엽의 조직이 모두 보이는 종괴로, 조직검사로 감별할 수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을 주소로 내원한 61세 여성으로 좌측 인두 외측벽의 종괴가 발견되었고 수술적 절제 후 조직검사에서 분리종으로 확진이 된 보기 드문 증례로 진단 및 치료 과정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증례
61세 여성이 2019년 9월 좌측 이명 및 이충만감을 주소로 본원 이비인후과에 내원하였었고, 좌측 고막 천공 및 고막 경화 확인되어 좌측 만성 중이염 진단하에 고실성형술을 시행하였다. 이때 촬영한 측두골전산화단층촬영(temporal bone computed tomography, CT)에서 좌측 비인두에 1.6×1.3 cm 크기의 종괴가 확인되었다(Fig. 1A). 경부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도 좌측 비인두에 2.0×1.3 cm 크기의, T1 및 T2 강조영상에서 고신호 강도를 보이고 지방억제 T1 및 T2 강조영상에서 저신호 강도를 보이는 조영증강되지 않는 종괴가 확인되었다. 위 소견을 참고하였을 때, 지방종이 의심되는 종괴로 판독이 되었으며 추가적인 검사나 수술적 치료보다는 크기 변화 여부에 대해 경과를 관찰하기로 하였다(Fig. 1B). 약 1년 뒤인 2020년 8월에 이 환자는 예전부터 지속되어 왔던 코골이 증상으로 본원 이비인후과를 다시 내원하였다. 내시경 검진상 좌측 비인두에 종괴가 관찰되었으며(Fig. 2), 진단을 위한 조영 증강 부비동전산화단층촬영 소견상 중앙 석회화를 보이는 약 1.8×1.3 cm의 지방성 종괴가 관찰되었다(Fig. 1C). 2020년 6월에 시행한 수면다원검사상 무호흡-저호흡 지수는 8.1이었으며, 최저 및 평균 산소포화도는 각각 88%, 94.8%였다. 렘수면에서 최대 저호흡 시간은 36.8초였으며, 비렘수면에서 최대 무호흡 및 저호흡 시간은 11초, 26.9초였다. 경도의 수면 무호흡증이고 종괴도 빠르게 커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종괴 자체의 존재는 비정상이고 코골이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여 수술적 제거를 계획하였다.
치료를 위해 전신마취하 종괴 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약 1.5 cm 크기의 부드러운 구형의 종괴가 좌측 유스타키오관의 앞쪽과 연구개의 뒤쪽에 있는 인두 측벽에 부착되어 있었다. 아래쪽 부착부위는 구강을 통해 절제하였고, 위쪽 부위는 비강을 통해 절제하였다. 절제한 종괴 크기는 2.5×1.8×1.2 cm이었다(Fig. 3). 조직병리검사상 종괴는 대부분의 지방성분 및 일부의 근골격 세포 및 장점액성 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섬유질 부분은 편평 상피 안쪽으로 석회화를 중심으로 한 치밀한 콜라겐 기질이 섞여 있었다(Fig. 4A). 신경아교세포가 콜라겐 기질 안쪽에 중성구와 함께 존재하였고 그 주변으로 석회화도 관찰되었다(Fig. 4B, C). 다량의 지방세포 안에 근육 세포 다발도 확인되었다(Fig. 4D). 비인두에 일반적으로 분포하지 않는 지방세포 및 근육세포로 대부분 구성된 신경원성 세포가 혼재하는 양상의 종괴이고 악성 세포를 보이지 않으므로 분리종으로 진단이 되었다.
비인두 내시경을 통한 외래 경과관찰은 술 후 1년까지 이루어졌다. 수술 후 비인두는 비대칭적인 모습으로 치유되었으나 환자는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았으며, 코골이도 줄어들었다고 하여 술 후 수면다원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Fig. 5A, B).
이 연구는 의무기록을 이용한 후향적인 연구로 환자를 특정할 수 없고 환자에게 추가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연구윤리 심의 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로부터 연구 승인을 받았다(DUIH 2023-01-026).
고찰
분리종은 매우 드문 양성의 선천적인 종양이다. 유병률은 1/40,000에 해당되지만, 구강 및 비강, 인두의 선천 종양에서 가장 흔하다. 여아에서 6배에서 8배가량 잘 발생한다.3,4)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약 60%는 비인두에서 발생하며, 주로 비인두의 외측벽 혹은 유스타키오관에서 발생한다. 25% 정도는 편도 혹은 구개궁(tonsillar pillar)에서 발생하며, 나머지는 구개(palate)에서 발생한다.5,6) 분리종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설이 있는데, 발달 이론(developmental theory)과 반응 혹은 외상 후 이론이다(reactive or post-traumatic theory).2) 발달이론은 분리종이 미분화 중간엽 세포의 이주 중 고립(entrapment)되어 생겼다는 가설이다. 반응성 혹은 외상 후 이론은 분리종이 세포가 받는 외상에 의해 반응성으로 생겨났다는 가설이다.7) 증상은 나이나 크기,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비인두 분리종의 경우 영아에서는 호흡곤란, 청색증, 삼킴장애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비인두의 부분 폐쇄는 코골이나, 킁킁거림, 점액성 분비물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8) 분리종은 점액낭종, 과오종, 기형종, 지방종, 유피낭종 등과 감별을 해야 한다. 분리종의 진단 과정은 먼저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외래에서 시행할 수 있는 비인두 내시경 등 신체 진찰이 있고, 이를 통해 종괴 존재 여부 및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정확한 위치 및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 CT나 MRI 등을 추가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데, CT의 경우 석회화된 병변 및 골조직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으며, MRI의 경우 병변의 범위와 특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침습 정도 및 악성 여부, 주변 림프절 비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나, 확진은 조직학적 진단으로만 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위치에 정상적인 조직이 있는 경우에 진단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방조직으로만 이루어진 지방종이나 세 배아층에서 발생한 기형종, 정상적인 위치에 과도하게 증식된 과오종, 악성 세포를 보이는 악성 종양 등과 감별할 수 있다. 치료는 수술을 통한 완전 절제가 원칙이며, 부분 절제 혹은 흡인 등의 치료는 재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악성화 여부는 보고되어 있지 않다.
분리종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보고된 분리종은 주로 어린 나이에 발견되었으며, 성인에서 우연히 발견된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10) 본 논문에서는 과거 우연히 시행한 MRI에서 발견된 비인강 종괴를 보였던 중년의 여성이 좌측 만성 중이염으로 진단받아 수술을 하였고, 약 1년 뒤 새로 생긴 증상으로 내원하였으며, 수술 후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동측의 고실 경화증 및 고막 천공이 확인되었는데, 선천적으로 유스타키오관의 앞쪽에 있던 분리종이 유스타키오관 기능장애를 야기하여 만성 중이염을 발생시켰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다른 연구에서 비인두의 분리종이 확인된 여성이 좌측 이충만감을 호소하였으며, 수술적 절제 후 증상이 호전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1년 동안 CT에서 크기 변화가 확인되지는 않으나, 성인이 된 이후에 발견된 만성 중이염과 새로 발생한 코골이, 수면 무호흡의 증상으로 볼 때, 이전에 비해 크기가 서서히 증가하는 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분리종의 크기 변화에 대해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는 논문은 없으나, 본 증례를 토대로 분리종은 크기가 서서히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환자가 처음 좌측 만성 중이염으로 진단되었을 때 좌측 비인두의 분리종에 대해 경과 관찰하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였다면 조금 더 빨리 진단을 할 수 있었겠으나, 당시 영상학적 검사상에서는 지방종이 의심되어 크기 증가의 가능성이 높지 않고 환자가 이에 대한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침습적인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다. 분리종은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영상 소견이 달라지는데, 실제로 본 연구의 분리종은 대부분 지방으로 되어 있어 MRI상 지방종이 의심되었다. 그러나 조직학적 진단 후 영상 리뷰를 해 보았을 때, CT 및 MRI상에서 지방으로만 구성된 지방종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CT에서 대부분 지방과 비슷한 음영을 보였으나 일부 석회화된 부분이 보였으며, MRI에서도 지방억제 영상에서 지방과 비슷하게 저신호강도를 보였으나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비균질한 신호를 보였다. 따라서 세심한 영상 리뷰를 통한 추정 진단과 주기적인 검진을 통한 크기 증가여부 확인이 필요하며, 크기 증가 시 절제를 하여 조직학적으로 진단을 하는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