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후각장애는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전체 인구 중에 16%가 후각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며, 이 중 6%는 후각상실에 해당한다.1) 후각저하 때문에 냄새를 감지하지 못하여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거식증이나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울증, 무쾌감증 등의 심리적인 문제도 유발할 수 있다.2) 후각장애의 요인으로 상기도 감염, 사고, 만성 부비동염이 잘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은 비특이적이다. 특히, 만성 부비동염으로 인한 후각장애는 대개 치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훈련은 치료법 중 하나로, 12–56주 동안 특정 냄새에 대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노출을 시행한다.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후각 뉴런이 후각 피질로의 시냅스 경로를 재생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2,3) 하지만, 후각훈련 대상 환자의 50%–85%는 효과가 없었다.4) 후각장애에 대한 다른 치료법으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인 부데소나이드 비강 세척과 후각훈련이 함께 시행되었고, 유의미한 후각점수 상승을 보였다.1)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도 후각장애에 유의미한 효과를 갖지만, 장기적인 그리고 전신적인 스테로이드 복용 치료는 ‘고혈당, 당뇨, 상처 치유 지연, 면역억제, 정신과적 영향, 위궤양, 수분 저류’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5–7) 저자들은 본 연구를 통해 경구 스테로이드제제 복용뿐만 아니라 부데소나이드 비강 세척 혹은 비강 스프레이 분무를 통한 국소적인 스테로이드 사용이 후각장애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본원 이비인후과에서 2010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다양한 원인에 의한 후각저하 혹은 무후각증 진단을 받은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후향적으로 시행되었으며, 해운대백병원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경구 스테로이드제 복용, 비강 스프레이 사용 혹은 부데소나이드 코세척 시행 전후로 한국형 후각검사 II(Korean version of the Sniffin' Sticks test II, KVSS test II)를 시행하였다. 한국형 후각검사는 독일에서 개발된 Sniffin’ stick test 중 인지 영역에 사용되는 냄새를 한국인에 친숙한 것으로 변경한 것으로 후각 역치, 식별, 인지 점수 각각 16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었으며 총점은 48점이다. 15점 이하의 경우는 후각의 완전 소실, 15점 초과 30점 미만의 경우 후각감퇴, 30점 이상의 경우는 정상 후각으로 분류한다.8) 병원 의무기록을 이용하여 환자의 나이, 성별, 치료 기간 그리고 후각저하, 무후각증의 가능성 있는 원인들에 대해 조사하였다. 222명의 무후각증 혹은 후각저하 환자들에게 첫 번째 치료로 2주간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 및 비강 스프레이 사용을 시행하였으며, 치료 전후로 한국형 후각검사 II(KVSS test II)를 시행하였다. 사용한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는 methylprednisolone으로 16 mg을 하루 한 번 7일간 복용 후 methylprednisolone 8 mg을 7주일간 하루 한 번 복용하였다. 첫 번째 치료를 완료한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임의적으로 두 개의 그룹으로 분류하여 2차 치료를 시행하였다. 그룹 1은 2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하였다. 비강 스프레이는 Nasocort®(triamcinolone acetonide), Omnaris®(ciclesonide), Nazacare®(mometasone furoate), Avamys®(fluticasone furoate) 중 하나를 임의로 처방하였고, 하루 한 번 양측 비강 내 2번씩 뿌릴 수 있도록 사용법을 지도하였다. 그룹 2는 19명으로 구성되었으며,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을 시행하였다.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은 250 mL의 용기에 식염수와 부데소나이드 0.5 mg(2 mL)을 첨가하여 아침, 저녁으로 시행하였다. 1차 치료를 완료한 41명 중 3명은 1차 치료 후 비강 스프레이만을 단독으로 각각 1개월, 1개월, 2개월 사용 후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을 시행하였기에 그룹 1과 그룹 2에 중복되었다. 그룹 1, 2에 대해 2차 치료 전후로 한국형 후각검사 II를 시행하였으며, 후각검사 시행일은 치료 기간에 따라 달랐다. 비강 스프레이만을 단독으로 사용한 그룹1의 2차 치료 평균 기간은 1.9개월이었다. 그룹 1의 25명에 대한 2차 치료 시행기간은 3주: 1명, 1개월: 18명, 2개월: 4명, 8개월: 1명, 13개월: 1명이었다.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을 시행한 그룹 2의 2차 치료 평균 기간은 1.8개월이었다. 그룹 2의 19명에 대한 2차 치료 시행기간은 1개월: 13명, 3개월: 4명, 4개월: 1명, 6개월: 1명이었다. 후각저하 혹은 무후각증을 주소로 내원한 222명 중 타 병원으로 전원, 치료거부, 중간 연락두절 및 후각장애 진단을 위한 경구 스테로이드제만 복용하였던 환자 등 총 181명이 제외되었다(Fig. 1).
통계적 분석은 SPSS Statistics(version 25.0, IBM, Armonk, NY, USA)를 이용하였다. 후각저하 혹은 무후각증 진단을 받고 처음 2주 동안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 및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사용한 군(41명), 이후 하루 한 번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사용한 군(25명), 그리고 하루 2번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을 시행한 군(19명)들의 한국형 후각검사 II 점수 비교 및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 Mann-Whitney U test 및 Wilcoxon signed rank test를 사용하였다. p값이 0.05 미만일 때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다고 판정하였다.
결과
41명의 환자들은 남자 17명(41.5%), 여자 24명(58.5%)으로 구성되어 있고, 평균 나이는 49.0±13.6세이었다. 후각저하 및 무후각증의 역학으로는 비용종 동반 만성비부비동염, 비용종을 동반하지 않은 만성비부비동염, 두부 외상, 상기도 감염력, 노화, 알 수 없는 원인이 있다. 비용종 동반 만성비부비동염 및 비용종을 동반하지 않은 만성비부비동염은 각각 9명(22.0%), 8명(19.5%)을 보였다. 상기도감염 후 발생한 후각저하 및 무후각증은 9명(22.0%)이었으며, 머리수상력 및 노화는 각각 5명(12.1%), 2명(4.9%)이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는 8명(19.5%)이 있었다. 동반 합병증에는 부비동염, 고혈압, 당뇨, 천식이 있었으며, 부비동염이 21명(51.2%)으로 가장 많았고, 천식이 8명(19.5%)으로 2번째이었다(Table 1). 후각저하 혹은 무후각증 진단을 받은 41명의 환자들은 처음 2주 동안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 및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사용했다. 그 다음 치료로 25명은 하루에 한 번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19명은 하루 2번 부데소나이드를 이용한 코세척을 시행하였다.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과 함께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사용한 41명의 한국형 후각검사 II의 점수는 12.6±6.4에서 17.1±5.4로 향상되었으며, 이는 치료 전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p=0.000; Fig. 2). 첫 번째 치료 후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단독으로 사용하였던 그룹 1(25명)의 한국형 후각검사 II의 점수는 17.8±5.6에서 15.4±6.5로 저하되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p=0.140; Fig. 3). 첫 번째 치료 시행 후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을 시행한 그룹 2(19명)의 한국형 후각검사 II 점수는 14.4±4.5에서 16.3±5.4로 향상을 보였으나,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p=0.326; Fig. 3). 그룹 1과 그룹 2를 비교한 Table 2를 살펴보면, 각각의 남녀비율은 8:17 및 9:10이었다. 그룹 1의 동반 합병증은 부비동염이 14명(56.0%)으로 가장 많았으며, 천식 6명(24.0%), 당뇨 2명(8.0%), 고혈압 1명(4%) 순서였다. 그룹 2의 동반 합병증은 부비동염이 9명(47.4%)으로 가장 많았으며, 천식 4명(21.1%), 고혈압 1명(5.3%), 당뇨 0명(0%) 순서였다. 그룹 1의 평균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단독 사용기간은 7.6주, 그룹 2의 평균 부데소나이드 코세척 시행기간은 7.4주였다. 그룹 1의 경구 스테로이드제 복용의 반응은 19명(76%)이 있었고, 비강 스프레이의 반응은 8명(24%)이었다. 그룹 2의 경구 스테로이드제 복용의 반응은 12명(63.2%)이 있었고,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의 반응은 9명(47.4%)이었다(Table 2).
고찰
후각장애는 질적 후각장애와 양적 후각장애로 나뉜다. 질적 후각장애에는 존재하는 냄새를 다르게 느끼는 ‘착후각(parosmia)’과 존재하지 않는 냄새를 느끼는 ‘환후각(phantosmia)’이 있으며, 양적 후각장애에는 후각이 완전히 상실된 ‘후각소실(anosmia)’과 후각이 정상인보다 감소된 상태인 ‘후각감퇴(hyposmia)’로 나뉜다.9) 상기도 감염이나 머리 수상에 의한 후각소실이 1년 이내에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도 보고되지만,10) 흔히 임상적으로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 국소 스테로이드 요법 등의 내과적 치료가 시행된다.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은 항염 효과를 가져, 비부비동 질환으로 인한 후각장애 회복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여준다.11) Stevens 등은 비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받고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하였으나 후각점수상 변화가 없는 후각소실 환자 12명에게 하루 40 mg 프레드니솔론을 복용시킨 후 9명의 증상 호전을 보여주었다.12) 본 연구에서도 경구 스테로이드 및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병용치료 시 의미 있는 후각의 호전을 보여주었다(p=0.000).
후각저하에 대한 비강 내 국소적인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사용 효과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Mott 등은 후각저하 또는 후각소실을 진단받은 39명을 대상으로 Flunisolide®를 하루 2번, 양측 비공당 2번씩, 최소 8주간 분무하였더니, 후각점수 및 비부비동 증상의 유미한 변화(p<.001)가 있었으며, 국소 스테로이드 사용 전 단기간 경구용 스테로이드 복용 시 후각 관련 증상 개선에 도움됨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Banglawala 등도 8주–5개월간 장기간 국소 스테로이드 사용 시 60%–80%의 후각장애 개선을 보고하였다.13,14) 본 연구에서도 비강 내 스프레이를 단독 사용 시에는 후각 호전을 보이지 못했으나, 경구스테로이드와 병용 사용 시에는 호전됨을 보여주었다.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은 주로 만성 비부비동염 및 기타 부비동 질환의 증상 조절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었고, 안압 상승, 부신 기능 저하 등의 전신적인 부작용이 없음이 보고되었다.15,16) 후각 상실 및 후각 저하를 치료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후 발생한 후각장애를 치료하고자 부데소나이드 코세척 및 비강 스프레이 사용을 시도하지만, 효과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17,18) Rotenberg 등은 부비동내시경을 시행한 만성부비동염 환자에게는 단기간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이 비강 스프레이보다 큰 이점이 있다고 하였다.19) 과거 Fleiner 등은 후각 기능 향상을 위해 후각 훈련과 함께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지만, 이는 46명의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비맹검, 비임의적 연구였기에 한계가 있었다.7) 앞선 연구를 보완하여 Nguyen 등은 후각상실을 호소하는 133명의 환자를 임의적으로 후각훈련만 시키는 그룹과 후각훈련과 함께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을 병행하는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하였고, 결과적으로 후각훈련과 함께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을 병행한 그룹이 대조군보다 약 2배의 치료효능을 보였다.1) Henkin 등은 후각저하를 호소하는 59명 환자들의 혈장, 침, 소변, 비점액을 채취하여 전염증성 물질인 인터루킨-6(interlukin-6)를 측정하였고, 혈장, 침, 비점액에서 인터루킨-6의 양이 유의미하게 높게 측정되었다.20) 인터루킨-6과 연관 있는 사이토카인이면서, 신경생성인자인 뉴로포이에틴(neuropoietin)은 섬모 신경영양인자 수용체를 통해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직접 후각 기능을 억제시킬 수 있다.21) 본 연구에서 후각 저하를 주소로 방문한 모든 환자들은 전신적인 스테로이드 치료 시행 후 부데소나이드 코세척 또는 비강 내 스프레이를 사용하였고, 두 군 모두 유의미한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
이 연구에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첫째, 연구가 전향적이 아닌 후향적으로 시행되었기에 전자의무기록을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둘째, 후각 질환에 대한 역학을 통일하지 않아 비용종 동반 만성비부비동염, 비용종을 동반하지 않은 만성비부비동염, 두부 외상, 상기도 감염력, 노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역학을 부비동염만으로 제한하였다면, 비강 스프레이 사용 및 부데소나이드 코세척에 대해 본 연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셋째, 샘플 크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기는 N수가 너무 적었다. 넷째, 부데소니드 코세척과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단독으로 먼저 사용해보지 못한 점이다. 그 이유는 더욱 효과적인 경구스테로이드 치료를 나중에 시행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경구스테로이드 및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병용한 첫 번째 치료 후 두 번째 치료에서 비강 내 스프레이와 부데소니드 코세척군을 나눌 때 선택오차(selection bias)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아무래도 경구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안 좋았던 환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부데소니드 코세척을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study)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섯째, 환자들의 약물 사용 순응도에 대해 확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국소 비강 스프레이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비강 세척액을 사용했을 수 있다.5) 이처럼 환자들에게 비강 세척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하더라도 비강 세척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들 사이에 사소한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1) 위의 제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더 많은 환자를 포함한, 이중맹검 무작위대조시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