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심경부 감염은 경강(cervical space) 및 경막면(fascial plane)에서의 감염을 의미하며, 농양이 형성된 경우나 봉와직염인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진단이 늦어지거나 감염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패혈증을 동반하거나 인접한 주요 기관을 직접 침범하는 치명적인 합병증들을 유발할 수 있는데, 종격동으로의 하방 침범이 전형적이다.1,2) 그 중에서도 경계가 분명한 농양을 형성하지 않으면서 경부 근막층과 근육을 따라 빠르게 진행하며 광범위한 연조직 괴사를 동반하는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은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라 할 수 있다.3-5) 항생제와 흉강경 병용 흉부외과 수술(video assisted thoracoscopic surgery, VATS) 등 수술 술기의 발달로 지난 수십 년간 이 질환의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되어 왔으나, 여전히 치사율이 11%~4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6,7) 이러한 치명적인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학적 검사와 경부 전산화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을 이용한 조기 진단이며, 광범위 항생제 치료와 적극적인 절개 배농술 또한 필수적이다. 저자들은 최근 9년간 치성감염과 심경부 감염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 14례의 임상적, 영상학적 소견들을 분석하여 평균 연령 고령화로 발병율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치명적인 질환의 조기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2010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9년간 본원에 내원하여 치료한 51례의 종격동염 환자 중 심경부 감염을 원인으로 발생한 14례의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후향적 연구를 시행하였고, 본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 후 진행되었다.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의 진단은 1983년 발표된 Estrera 진단기준을 참고하였고, 심한 감염과 특징적인 방사선 검사 소견, 수술 혹은 부검 시 확인되는 하행 종격동 감염이 구인두 또는 구강 감염과 연관성을 보이는 경우로 제한하였다.8)
흉부의 종양, 염증, 결핵 등으로 종격동 자체에 염증이 일차적으로 발생하거나, 식도염이 원인이 된 소화기관의 염증, 이물로 인한 감염 등이 이차적으로 종격동을 침범한 경우는 병력과 영상학적 검사를 통하여 제외하였다. 14명의 환자 모두 응급실을 경유하여 이비인후과 진료 후 심경부 감염과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을 진단받고 흉부외과의 협력 진료를 받았다.
심경부 감염과 이로 인한 하행성 종격동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즉시 문진과 이학적 검사를 통하여 증상과 징후를 파악한 뒤 혈액 검사 및 경부 전산화 단층촬영을 시행하였다.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종격동염이 진단되면 그람 양성, 그람 음성, 혐기성 균주에 모두 감수성이 있는 광범위 항생제를 조합하여 정맥 주사하였고, 가능한 빠른 시기에 경경부 절개 배농과 흉부 절개 배농 및 흉강경 병용 흉부외과 수술 등의 수술적` 치료를 병행하였다. 내원 당시 환자들의 성별, 연령, 첫 문진 시 경부 피부 발적, 압통, 부종 유무, 기저질환 유무와 함께 말초혈액 백혈구수, C-반응단백 수치를 조사하였는데, 응급실에서 실시한 첫 혈액검사를 기초로 하였다. 괴사성 종격동염의 하행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경부와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을 분석하였으며, 원인 균주 확인을 위해 절개 배농 후 얻은 검체로 시행했던 도말 배양결과를 조사하였다.
결과
성별은 남자가 8명(57%), 여자가 6명(43%)이었다. 평균 연령은 57.3±13.8세였다. 총 14명 모든 환자는 응급실을 통해 내원하였으며, 내원 첫 문진과 병력청취상 모든 환자에서 경부 통증을 호소하였고, 이학적 검사상 11명(78.6%)의 환자에서 경부 피부 발적과 부종 소견이 확인되었다. 반면, 내원 당시 흉통을 호소한 환자는 1명(7.1%), 호흡곤란을 호소한 사람은 2명(14.2%)이었다(Table 1).
발병원인으로는 치아감염 6명, 편도감염 5명, 급성 후두염 1명, 급성 후두개염 1명과 경부 근육 염증이 1명이었다. 3명의 환자에서 당뇨가 확인되었고, 고혈압은 5명이었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1명, 이상지질혈증이 6명에서 확인되었다. 말초혈액 백혈구수는 13,585±4,467/mm3였고, 3명의 환자에서 정상수치(10,000/mm3 이하)를 보였다. C-반응단백수치는 모든 환자에서 정상보다 증가되어, 있었으며 평균 30.8±11.0 mg/dL로 높은 수치를 보였고, 10 mg/dL 이하인 환자는 1명이었다(Table 1 and 2).
총 14명의 환자 중 13명에서 균주가 배양되었고, Streptococcus viridans가 3명, Streptococcus constellatus 2명, Streptococcus mitis & oralis 2명순이었다. Klebsiella pneumonia, Staphylococcus aureus, Streptococcus maltophilia, G(+) bacilli는 1명씩 배양되었다(Table 1).
평균 재원 기간은 35.8±24.8일로 사망 환자를 제외하면 21일에서 71일 사이였다. 총 3명의 환자가 사망하여 치명율은 21.4%였으며, 감염 증상 발현 후 치료시작까지의 시간은 4.9±4.0일로 2일에서 14일 사이였다. 사망환자 3명은 모두 증상 발현 후 치료시작까지 4일 이상이 소요되었다. 사망자 3명 중 2명은 치아감염이 원인이 되어 심경부 감염과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으로 진행된 환자들이었다.
심경부 감염이 종격동으로 하행한 경로는 전경부공간(anterior cervical space)이 8명(57%)으로 가장 많았고, 인두뒤공간(retrovisceral space) 1명(7%), 경동맥 공간(carotid space) 1명(7%), 전경부와 인두뒤공간 동시침범이 1명(7%), 측경부 공간(lateral cervical space)과 경동맥공간 동시침범이 2명(14%), 인두뒤공간과 경동맥 공간 동시침범이 1명(7%)이었다(Table 1).
14명 환자 모두에서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협력 수술이 시행되었으며, 경부 절개배농술, 흉부 절개배농술 또는 흉강경 병용 흉부외과수술(VATS)이 시행되었다. 14명중 흉부 절개배농술 시행이 6명, 흉강경 병용 흉부외과수술이 8명이었다. 1회의 수술로 감염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적극적인 재수술을 시행하였고, 최대 배농 수술 횟수는 6번 증례인 45세 남자로 62일간 총 6번의 재수술이 시행되었으며, 완치되어 퇴원하였다(Table 1).
고찰
심경부 감염은 경부근막강내 염증이 파급되어 농양을 형성하는 것을 말하며, 인후두감염, 경부 임파선염, 이하선염, 부비동염, 외상 등이 원인으로 파악된다.9-12) 항생제 사용 이전에는 심경부 감염의 약 70%가 인두 또는 편도 감염의 파급으로 인해 초래되었으나, 항생제 사용 이후에는 치성 또는 타액선 감염의 파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제2 또는 제3 대구치의 염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치성감염은 보고자에 따라 약 37.5%에 이르고 있으나, 국내 연구에서는 여전히 구인두 감염의 비중이 치성감염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13) 이러한 감염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하행성 종격동염, 상기도 폐쇄, 늑막과 폐의 농양, 심낭염, 경정맥 혈전, 파종성 혈관내 응고증, 패혈증 등의 심각한 합병증들을 유발할 수 있고,5,14) 노령화 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향후 심경부 감염과 합병증의 빈도가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항생제의 발달로 치료율이 증가하였음에도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은 여전히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조기진단을 바탕으로 이비인후 두경부외과, 흉부외과와의 유기적인 협력치료가 필수적이다.
하행 괴사성 종격동염을 연구한 이전 논문은 종격동염을 유발한 심경부 감염과 유발하지 않은 심경부 감염을 비교하거나,14,15) 종격동염을 유발한 위험인자를 분석한 논문이 다수이다.16) 이전 연구들에서 밝혀진 것처럼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고 침범한 경부 공간이 많으면서 내원 당시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심혈관계, 호흡기계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단순 심경부 감염에 그치지 않고 종격동염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도 의미가 있겠으나, 임상에서는 심경부 감염환자를 치료할 때 위험인자를 고려하여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기존 항생제와 다른 약제를 투여한다거나 선제적 수술을 시행하는 등의 차별화된 치료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심경부 감염의 합병증이 발생하였을 경우, 최대한 이른 시간에 발견하여 적극적인 내과, 외과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사망률을 낮추고,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도모하는 최선이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본 연구는 첫 진단 당시 이학적, 혈액학적 검사소견, 영상 검사소견을 살펴보고, 괴사성 염증이 종격동을 침범하였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임상적 소견이 있는지에 집중하였는 바 연구결과는 이전 연구들과 차이점이 있었다. 이전 연구들에서는 진단 당시 가장 흔한 증상과 징후로 경부 통증, 부종, 호흡곤란, 연하곤란, 발성장애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경부의 감염을 의미하는 경부 통증과 부종이 대부분의 환자(84.6%)에서 보였지만, 종격동의 염증소견을 나타내는 호흡곤란은 2명(14.2%), 흉통은 1명(7.1%)뿐이었다. 이처럼 진단 당시 경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종격동염이 확인된 대부분의 환자에서 흉부 감염과 연관된 증상은 명확하지 않았기에 종격동염 발생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서는 경부 통증과 부종을 보이는 환자에서 종격동 상부가 포함되도록 경부 전산화 단층촬영의 촬영범위를 넓히거나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관심을 가져야 할 임상검사 소견 중 하나는 급성기 반응물질 중 가장 먼저 증가하고, 치료 시 가장 먼저 정상화되는 특징을 가진 C-반응 단백 수치로 심경부 감염 환자의 외과적 치료 결정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17) 본 연구대상자들은 내원 당시 평균 30.8±11.0 mg/dL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고, 10 mg/dL 이하인 환자는 1명에 불과하였다. 심경부 감염 환자에서 C-반응 단백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염증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지표이지만, 종격동염 환자에서 수치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전 연구와 차이를 보이는 또 한가지는 심경부 감염이 종격동염으로 진행하는 경로이다. 앞선 연구들에서는 대략적으로 인두뒤공간으로 하행한 경우가 60%~70%, 경동맥공간으로 내려간 경우가 20%~25%였고, 경부전공간 또는 전기관공간으로 하행한 경우는 10% 이하였으나,3,5,18,19) 본 연구에서는 인두감염이 피하연부조직을 따라 갑상연골과 갑상선 앞쪽 전경부공간으로 하행한 경우가 14명중 8명(57%)으로 가장 많았고, 인두뒤공간만으로 하행한 경우는 1명(7%)에 불과하였다(Table 1). 일반적으로 구인두 감염이 인두뒤공간이나 위험공간(danger space)을 통해 후종격동으로 진행하고, 치성감염이나 악하선 농양 등에서 후방에 있는 경부혈관 공간으로 침범한 뒤 전종격동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구인두 감염도 전경부공간으로 진행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치성 감염도 인두뒤공간으로 진행하지는 않아 통상적으로 알려진 종격동 감염경로와 차이를 보였다(Table 1). 따라서 종격동으로의 침범을 조기에 확인하기 위해 경부 통증과 부종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침범 부위를 포함하는 영상 검사를 가능한 일찍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심경부 감염에서는 균주들의 혼합감염이 일반적이므로 G(+), G(-) 균주와 혐기성 균주를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 항생제를 임상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기존 연구들의 세균배양에서 β-hemolytic streptococci가 가장 많이 배양되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도 14명중 8명(57%)이 배양되어 가장 흔하였다.20) 일반적으로 배양된 균주에 따라 예후에 차이를 보이진 않으나, Chen 등의 연구는 당뇨 환자에서 Klebsiella pneumonia가 배양되는 경우, 염증의 정도가 더 심하여 보다 적극적인 내과적 치료와 여러 번의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하였다.20) 당뇨환자에서 Klebsiella pneumonia는 화농성 간농양, 폐농양, 뇌수막염, 괴사성 근막염, 심경부 감염을 발생시키는 가장 흔한 균주로 알려져 있는데, 인과관계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다.20) 본 연구에서는 1명(7%)의 환자에서 Klebsiella pneumonia가 배양되었고, 당뇨는 없었으나 최초 경부 감염 증상 발생 후 14일이 경과한 후 본원에 내원하여 흉부외과와 함께 수회의 외과적 수술을 시행하였지만, 입원 66일만에 사망한 바 있다. 추가적인 치료로 고농도 산소 치료를 선택할 수 있으나, 전격적으로 진행하는 환자의 임상양상과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이용되지는 않는다.21)
본 연구의 증례수가 많지 않아 사망한 환자와 생존한 환자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통계적 비교는 어려우나 전체환자 중 치성감염이 원인이 된 경우가 6명이었고, 그 중 2명이 사망하였기에 임상적으로 주의를 요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폐, 식도 등의 소화기관이나 이물로 인한 종격동염인 경우를 모두 고려하여 연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치료하지 않는 경우들로 역시 임상적 분석의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행 괴사성 종격동은 심경부 감염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전격적인 염증의 진행과정으로 보아 최대한 조기에 종격동으로의 침범 여부를 진단하여 적극적인 항생제 치료와 외과적 수술을 시행하는 것만이 치명율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본 연구의 14례중 경부 부종과 피부발적 소견 없이 하행괴사성 종격동염이 발생한 증례는 1례, 종격동염이 있음에도 호흡곤란을 호소한 경우는 2례에 불과하였기에 흉부감염증상이 없는 심경부 감염환자에서 경부피부와 연부조직 염증 소견을 보일 때 반드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을 추가 시행하는 것이 조기진단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염증과 농양이 인두뒤 공간을 통하여 종격동을 유발하는 경우보다 전경부 공간과 경동맥 공간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