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그리스어로 ‘orthostasis’란 ’기립‘을 의미한다. 따라서 앉았다가 일어설 때, 누웠다가 앉거나 일어설 때 어지 럼이 발생하며, 누우면 어지럼이 호전되는 경우를 기립 어지럼(orthostatic dizziness/vertigo)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누워있을 때부터 어지럼이 시작되면서 일어설 때 어지럼이 계속 발생하거나 심해지는 경우는 기립어 지럼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립어지럼의 1년 유 병률은 10.9%, 평생 유병률은 12.5%로 여자에서 더 높 으며, 모든 어지럼 환자에서 기립어지럼이 약 42%의 원 인을 차지하며, 비전정성 어지럼 환자에서는 약 55%정 도로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1)
기립 시 어지럼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에 있어서 여러 가지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2) 대표적 감별질환들로는 혈류역학 기립어지럼(hemodynamic orthostatic dizziness/vertigo), 양성돌발성두위현훈,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 불안 및 우울 장애, 양측전정병증, 일차성 기립성 진전(pri-mary orthostatic tremor), 감각신경병증(sensory neuropathy), 보행장애, 심장성 어지럼 등이다(Table 1).
혈류역학 기립어지럼 |
기립저혈압 |
기립빈맥증후군 |
실신 |
양성돌발성두위현훈 |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 |
불안 및 우울 장애 |
양측전정병증 |
일차성 기립 진전 |
감각병증 |
보행장애 |
심장성 어지럼 |
또한, 바라니 학회(Ba′ra′ny Society)에서는 전정질환 에 대한 증상 및 국제적 분류 기준을 마련하고자 2009 년부터 위원회(Classification Committee for an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Vestibular Disorders, ICVD) 를 설립하여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지금까지 메니에르 병과 전정편두통에 대한 진단기준을 만들어 발표하였 다. 또한, 2016년 서울에서 개최된 바라니 학회에서는 기립 어지럼의 원인 중에서 혈류 및 심박동수의 변화를 보이는 기립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 기립빈맥 증후군(postural tachycardia syndrome) 및 실신과 관 련된 혈류역학 기립어지럼에 대한 진단기준을 마련하 기로 하였다. 이러한 진단기준을 만듦으로써 지금까지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통일시킬 수 있으며, 원인을 보다 빨리 파악하여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게 하 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난 90여년 동안에 발표 된 문헌고찰을 바탕으로 각 대륙의 전문가들이 2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된 진단기준을 발표하여 이를 소개하고 자 한다.2)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최근 확립되어 발표된 혈류역 학 기립어지럼의 진단기준의 간략한 소개과 함께 기립 어지럼의 가장 대표적 원인 중의 하나인 기립저혈압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본 론
기립 시 어지럼에 대한 여러 원인이 다양하고 질병의 진단기준 자체가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혈압과 맥박 등의 변화를 보이는 혈류역학 기립어지럼만을 구 분하여 따로 진단기준을 확립함으로써 다른 원인들과 의 감별, 정확한 용어의 사용 및 출혈로 인한 혈량저하 증(hypovolemia) 또는 자율신경계질환 등으로 인한 심 각한 상황을 조기 진단하여 이러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 하기 위한 것으로 바라니학회의 ICVD에서 진단기준을 마련하였다.2)
혈류역학 기립어지럼의 진단기준은 크게 1) 혈류역학 기립어지럼(Table 2)과 2) 가능성이 높은(probable) 혈 류역학 기립어지럼의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Table 3).
기립저혈압의 유병률은 보고에 따라 다르지만, 제2형 당뇨병의 약 12~28%, 65세 이상 인구의 약 14~30% 및 파 킨슨병 환자의 약 50~70%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한다.3,4)
병력에서 환자는 주로 비회전성 어지럼 증상으로, 일 어날 때 어지럼이 발생하고 누우면 어지럼이 호전된다 고 호소한다. 기립저혈압 환자의 증상으로 주로 비회전 성 어지럼 및 아찔한 느낌(light-headedness)을 경험하 며 피로, 집중력 저하, 흐려 보임 등 비특이적 증상을 호 소한다.5) 또한, 기립저혈압은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의 이환율 및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적절한 치료는 어지럼의 호전과 함께, 우울증 해소와 삶 의 질을 높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 하다.3,4,6)
진단기준은 1996년에 기립 시에 수축기 혈압 20 mm 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 mm Hg 이상일 때 진단 할 수 있다고 만들었으며, 2011년 개정한 진단기준을 현 재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7)
1) 고전적 기립저혈압 : 누워서 앉거나 일어설 때/앉 아서 일어설 때 또는 기립경사검사(tilt table test)에서 30초~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 mm Hg 이상 혹은 이완기 혈압이 10 mm Hg 이상 지속적(30초 이상) 감소 된 경우를 이른다.
2) 초기 기립저혈압 : 기립 후 15초 이내로 수축기 혈 압이 40 mm 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20 mm Hg로 급격 히 감소된 경우 진단하며, 수초 이내에 다시 정상화된다.
3) 고혈압 환자에서 기립저혈압 : 수축기 혈압이 원 래 높기 때문에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30 mm Hg 혹은 그 이상 감소된 경우를 이른다.
4) 지연성(점진성) 기립저혈압 : 기립 후 3~30분 혈압 이 감소하는 지속될 때 진단하며, 추후 기럽저혈압과 자 율신경기능이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율신경기능이 상의 예측인자로 추정 사용된다.
기립저혈압은 진단명이 아니며 검사의 결과이다. 그 러므로 기립저혈압이 있다고 기립어지럼이 반드시 있 는 것은 아니며, 기립어지럼이 있는 환자 역시 기립저 혈압을 반드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립저혈압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서는 자율신경계 검사를 하기 위한 기립경사검사 장비를 사용하거나, 이 러한 특수 검사 장비 없이도 수동 또는 반자동 혈압계 (manual or semiautomated sphyngomanometer)을 이 용해서도 진단은 가능하다.4,8)
검사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온도는 20~24°C의 조용 한 검사실에서 시행한다. 피검자는 기립경사검사 전에 최소 5분 정도 앙와위로 누워있도록 한다. 또한, 검사 전 방광을 비우도록 권고한다. 2) 앙와위에서 기립 시 경사 도는 60~80° 정도를 3분간 유지한다. 3) 수축기 혈압이 20 mm Hg 이상 혹은 이완기 혈압이 10 mm Hg 이상 지속적(30초 이상) 감소된 경우 양성으로 진단하며, 피 검자가 기립저혈압 증상이 있으면 즉시 앙와위 자세를 취하게 한다. 4) 필요에 따라, 앙와위와 기립 시 혈장 노 르아드레날린 측정도 할 수 있다. 5) 식후 저혈압(postprandial hypotension)을 알아보기 위하여 이른 아침에 고탄수화물 식이 후에 측정하기도 한다. 기립경사검사 는 비교적 안전한 검사이지만, 실신과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재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훈련된 검사실 직원과 심폐소생술팀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일회의 검사결과보다는 수일에 걸쳐 여러 번 측정하 면 진단을 쉽게 내릴 수 있으며, 이외에도 휴대용 혈압 감시장치(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ing)를 부 착하거나 환자에게 혈압 일기를 작성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일단 기립저혈압이 진단되면 환자의 약물복용, 탈수, 출혈, 동반 질환, 자율신경 이상에 대한 자세한 문진이 중요하다. 또한,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와 더불어 파킨슨병 유무, 신경병증(neuropathy)의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혈액검사로서는 빈 혈, 당뇨, 신장평가, 매독 등을 알아보고, 국소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되어있는 경우 반드시 뇌 영상을 시행하여 야 한다.9,10)
기립저혈압의 원인은 크게 신경성(neurogenic), 비신 경성(non-neurogenic) 및 약물로 분류되며 다양한 원 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4) 첫째, 신경성 기립저혈압 은 자율신경부전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일차성, 이차성, 말초 및 기타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일차성은 급성·아급성 자율신경기능 이상, 다계통위축증, 자율 신경부전이 있는 파킨슨병 등이 있으며, 이차성은 뇌종 양, 다발성경화증, 연수공동증, 척수공동증 등과 같은 뇌척수질환이다. 그리고, 말초 및 기타질환들로서는 길 랭-바레증후군, 당뇨병, 만성신부전, 만성간질환이 대 표적이다. 둘째, 비신경성 기립저혈압의 원인으로서는 출혈, 탈수 등의 혈관 내 부피감소, 고열, 광범위한 정맥 류와 같은 혈관의 확장 그리고 심근염, 부정맥, 심근경 색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알파 차단제, 베타 차 단제, 이뇨제, 레보도파, 마취제, 칼슘길항제 등 여러 가 지 다양한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치료에 있어서 일반적인 원칙, 비약물 요법 및 약물 요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11,12-16) 첫째, 일반적인 원칙 으로서는 혈압의 정상화보다는 누운 자세에서 고혈압 이 생기지 않고 기립 시의 혈압만을 올려주어 기립 시 어지럼 증상의 빈도를 줄이고 증상을 경감시켜주는 것 이 목표이다. 체온이 올라갈 수 있는 환경들인 뜨거운 물에서 목욕은 정맥혈류 저류(venous pooling)가 발생 하므로 유의하도록 권하며, 과격한 운동, 이른 아침의 고탄수화물 식이, 과식, 음주 등도 피하도록 한다. 누운 자세에서의 고혈압(supine hypertension)으로 인하여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특히, 약물복용으로 인 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약물들을 잘 파악하여 누운 자 세에서 고혈압이 생기지 않도록 감량 또는 다른 약물의 대체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둘째, 비약물 요법은 기립저혈압을 일으키는 요인들 을 피하는 것이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기립저혈압의 발 생 기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8,15,16) 환자에게 기상 시 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 가장자리에 몇 분 동안 앉 았다가 서서히 일어나게 한다. 평소에도 서서히 일어나 도록 권장한다. 또한, 심장과 뇌 사이의 기립 시 혈압 차 이를 줄이고 복압을 증가시켜 내장 혈관(splanchnic vessel)을 압박하기 위하여 고개를 가슴까지 숙인 채 일 어나도록 한다. 정맥혈류 저류를 줄여 정맥 환류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발목 압력 40~60 mm Hg, 엉 덩이 압력 30~40 mm Hg, 엉덩이 압력 30~40 mm Hg 로 평균 압력 30 mm Hg 이상으로 조이는 압박스타킹17) 과 복대,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나기(squatting), 발등 굽힘, 다리를 꼬고 일어나기 등이 도움이 된다. 머리를 20~30 cm 정도 높게 잠을 청하도록 하며, 저용량의 fludrocortisone도 같이 복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 루에 0.5~2 g의 염분 섭취 또한 중요하다. 하루에 2~2.5 리터 정도의 수분섭취를 하게 하며, 특히, 500 mL의 찬 물을 하루에 3~4번 나누어 마시는 것이 혈압을 증가시 키는데 도움을 준다.12,18)
약물 요법으로서는 대표적인 약물은 midodrine와 pyridostigmine이다.10,12,19) Midodrine은 동맥과 정맥에 있는 알파1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수축을 통 하여 혈압을 올린다. 단독 또는 fludrocortisone과의 병 용 요법도 고려할 수 있다. 초기 용량은 2.5 mg으로 하 루에 1~2회 복용하며, 10 mg, 3회까지 점진적으로 증 량할 수 있다. 앙와위 고혈압이 25% 정도로 발생하기 흔하게 발생하므로 취침 전 최소 4시간 전에 복용하도 록 하며 중간에 혈압 측정을 권유한다. 입모(piloerection), 두피 가려움증 및 전신 감각이상, 요 정체(urinary retention)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도드린 단독 요법 시 최소 3개월 정도의 복용 시 증상의 호전을 보였으며, 우 울증 및 삶의 질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간 질환, 심 장 질환, 급성 신장 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요 정체 등 의 환자에게는 처방을 권유하지 않는다. Pyridostig-mine은 항콜린에스테라아제로 말초신경에 있는 아세 틸콜린 양을 늘려 신경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약물이 다. 압력반사를 증가시켜 앙와위 시 고혈압을 일으키지 않고 기립 시 저혈압을 방지하여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루 30~60 mg을 하루 세 번 복용한다. 과도한 타액 분 비와 오심이 생길 수 있다.
그 밖에 2014년 기립저혈압 치료제로서 FDA 승인을 받은 doxidopa로 에피네프린 혹은 노르에피네프린으 로 전환되어 교감신경 뉴런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신 경인성 기립저혈압에 사용한다. 초기 용량으로 하루 100 mg 씩 3회로 시작하여 최대 600 mg 3회까지 복용 할 수 있다.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