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안면신경초종은 안면신경의 주행 경로 중 어느 위치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양성 종양으로 1930년 Schmidt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1) 안면 신경 자체에 발생하는 종양으로서는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며, 임상적으로 보고된 발생빈도는 1/23,000 정도로 상당히 낮지만 측두골을 바탕으로 한 해부병리학적 연구에서는 약 0.8%에서 종양이 확인되기도 하였다.2)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300여 건 이상의 보고가 있었으나, 유병률이 낮고 성장이 느려서 진단이 비교적 어려운 질환이다.3,4) 또한 가장 흔한 임상적 증상은 안면마비와 난청이나, 무증상인 경우도 있으며, 이충만감, 어지럼증, 이명, 이통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히 환자의 증상만으로 안면신경초종을 진단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5) 과거 안면신경초종의 치료 목표는 안면신경기능과 청력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종양을 수술적으로 완전히 제거하는 데에 있었다.5) 하지만, 수술 후에는 House-Brackmann grade III 이상의 안면마비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 결과 안면마비가 없거나 경도의 안면마비를 동반한 안면신경초종의 경우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의 크기 증가 및 증상 변화를 관찰하기도 하고(watchful waiting observation),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 또한 치료의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6) 저자들은 안면마비가 동반되지 않은 채 장기간 관찰 중인 2례를 포함하여 총 3례에 대하여 안면신경초종의 장기간에 걸친 증상 변화 및 종양의 성장 양상에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증례
57세 여자 환자가 우측 청력 저하를 주소로 타원 내원하여 확인된 우측 고막 내 종물로 본원 이비인후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문진상 우측 이충만감, 간헐적인 이명을 동반하였으나 이통, 어지럼증, 이루, 안면마비 등은 없었고, 과거력상 고혈압 외에 특이 병력이나 가족력은 없었다. 초진 당시에 시행한 이경 검사상에서는 우측 고막의 후상방으로 고막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고막 내 종물 소견 확인되었고, 좌측 고막은 정상이었다(Fig. 1A). 순음청력검사 4분법상에서는 우측 골도청력 20 dB, 기도청력 50 dB의 역치를 보이는 전음성 난청이 확인되었고, 좌측은 골도청력 15 dB, 기도청력 15 dB로 정상이었다(Fig. 2A). 온도안진검사상에서는 23%의 우측 반고리관 마비를 보였고, 경부전정유발근전위검사상에서는 우측에서 반응 없음이 확인되었다.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검사상에서는 우측 슬신경절에서 중이강, 유양동, 유양골로 이어지는 연조직 음영이 확인되었고, 이는 우측 안면신경 유양분절을 확장시키고 있는 형태였으며, 해당 연조직 음영에 의한 고실천장의 미란도 동반되어 있었다(Fig. 3A). 그 외 내이도와 안면신경 미로분절, 이소골 등은 정상 소견이었다. 이에 대해 시험적 고실개방술을 시행하였고, 중이강 내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하얀색 종물이 확인되었다(Fig. 3B). 수술 중 안면신경감시 장치를 이용하였을 때 해당 종물에서 반응이 나타남을 확인하였고, 종물의 변연에서 소량 동결절편검사를 시행하였으며, 양성 방추세포(benign spindle cell) 소견이 확인되어 안면신경초종 의심 하에 수술을 종료하였다. 최종 조직검사 소견은 안면신경초종으로 확인되었고, 수술 후 시행한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슬신경절에서부터 경상유돌기공으로 이어지는 안면신경초종에 합당한 병변이 확인되었다(Fig. 3C). 또한, 수술 후 안면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상에서는 특이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는 특이 합병증 없이 회복한 후 현재까지 7년여의 기간 동안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에서의 종물의 크기변화는 없었으며 기존의 우측 청력저하, 이충만감, 간헐적인 이명 외 특이증상 없이 외래추적관찰 중이다.
42세 여자 환자가 타원에서 확인된 좌측 고막 내 종물로 본원 이비인후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문진상 좌측 청력저하 및 이충만감, 이명을 호소하였으나 그 외 이통, 어지럼증, 이루, 안면마비 등은 없었다. B형 간염 보균자였고, 좌측 신장암으로 2008년 부분 신장 절제술 시행한 과거력이 있었으며 그 외 다른 병력이나 가족력은 없었다. 초진 당시에 시행한 이경 검사상에서는 종물이 좌측 고막 내를 전체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소견 확인되었고, 우측 고막은 정상이었다(Fig. 1B). 순음청력검사 4분법상에서는 좌측 골도청력 10 dB, 기도청력 35 dB의 역치를 보이는 전음성 난청이 확인되었고, 우측의 청력은 정상이었다(Fig. 2B).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검사상에서는 좌측 슬신경절에서 중이강, 유양동, 유양골로 이어지는 연조직 음영이 확인되었고, 해당 연조직 음영에 의한 이소골과 고실천장의 미란도 동반되어 있었다(Fig. 4A). 그 외 내이도와 안면신경 미로분절 등은 정상 소견이었다. 시행한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에서도 슬신경절에서부터 경상유돌기공으로 이어지는 안면신경초종에 합당한 병변이 확인되었다(Fig. 4B). 또한, 안면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상에서는 특이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는 현재까지 6년여의 기간 동안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에서의 종물 범위의 변화 없이 외래추적관찰 중이며 우측 이명만 약간 있는 상태로 경과관찰 중이다.
41세 남자 환자가 1년 전부터 시작된 좌측 청력저하 및 좌측 안면마비가 6개월 전부터 악화되어 본원 이비인후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문진상 우측 청력저하 및 안면마비 외 이통, 어지럼증, 이루, 이충만감 등은 없었고, 과거력상 1년 전 충수돌기절제술 받은 수술력 외 특이 병력이나 가족력은 없었다. 초진 당시 시행한 이경 검사상 양측 고막은 정상이었으며(Fig. 1C) 내원 당시 좌측 안면마비는 House-Brackmann grade IV 정도로 확인되고 있었다. 순음청력검사 4분법상에서는 좌측 골도청력 50 dB, 기도청력 80 dB의 역치를 보이는 혼합성 난청이 확인되었고 우측의 청력은 정상이었다(Fig. 2C). 청성뇌간반응검사상 V-V’ ILD(interlatency difference)가 0.8 ms, 제 V파형이 80 dB 자극에서 확인되며 경부전정유발근전위검사상 26%, 외안근전정유발근전위검사상 반응 18%로 확인되었다. 온도안진검사상에서는 90%의 우측 반고리관 마비를 보였고.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검사 및 조영증강 자기공명영상에서 좌측 소뇌교조, 내이도, 중두개와에서 약 장경 3 cm, 단경 2.6 cm의 조직 음영이 확인되었다(Fig. 5).
이에 대해 2012년 5월 29일 경이접근법을 통한 좌측 안면신경초종절제술 및 신경봉합술을 시행하였다. 확인된 병리 소견상 high cellular density를 가진 elongated cell 및 verocay body가 관찰되는 antoni A type tissue가 주로 관찰되었으며, S100 protein 염색을 하였을 시 강한 양성 소견이 확인되어(Fig. 6), 최종 진단으로 안면신경초종으로 확진되었다. 환자는 수술 후 안정적으로 퇴원하였다. 이후 수술 6주 뒤 및 2개월 뒤 안면마비가 House-Brackmann grade III로 호전된 모습이 확인되었고, 외래에서 경과관찰 시행하였다. 안면마비에 대하여 2013년 1월 15일 본원 성형외과에서 안면마비 재건을 위해 광배근피판을 사용한 안면재생수술(facial reanimation surgery)을 시행하였으며, 이후 안면근육 움직임에는 큰 변화 없이 본원 신경외과에서 자기공명영상을 매년 촬영하며 경과관찰 중이다.
고찰
신경초종은 신경의 가장 바깥 층에서 신경섬유를 보호하는 원통 모양의 막인 신경초의 슈반(Schwann) 세포에서 기원하는 양성 종양이다. 신경초종은 시신경과 후각신경을 제외한 모든 뇌신경, 척추신경 및 말초신경 등 신경초를 가지고 있는 어떤 신경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7) 안면신경초종은 소뇌교각부터 두개외의 안면신경분지까지 안면신경의 주행경로를 따라 어느 위치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슬신경절 주위에서 호발한다.8,9) 안면신경초종이 발견되는 평균 나이는 43세에서 51세 정도로 보고되고 있고, 성별이나 좌, 우측에 따른 유병률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0) 가장 흔한 임상적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안면마비이나, 일부에서는 급성 안면마비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므로 벨 마비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고, 반측성 안면경련 혹은 재발성 안면마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난청은 두 번째로 흔한 증상이고, 그 외 이명, 어지럼증, 이하선 종물 등의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5)
안면신경초종으로 인한 동반 증상은 침범 부위에 따라 다양한데, 무증상의 고실 내, 혹은 외이도 종양의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도 관찰된다. 이 경우 첫 번째 case와 같이 고막 내의 흰색 종괴로 발견되어 선천성 진주종과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환자의 발병 연령 및 임상증상 등을 고려하고, 영상 검사를 시행하여 고실을 넘어서 안면신경관을 따라 진행된 종양을 확인하여 진주종과 감별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안면신경초종은 발생 부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영상 소견을 보이는데, 가장 근위부인 소뇌 교각 안면신경초종의 경우, 미로 분절로 이어지는 종양이 확인되지 않으면 발병률이 좀더 높은 전정신경초종과의 구별이 어렵다. 이과 영역에서 주로 접하게 되는 안면신경초종의 경우 고실 혹은 유양동 내의 종괴 형태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안면신경관을 부드럽게 확장시키는 형태로 관찰되는 종양이 고실 혹은 유양동에서는 안면신경관을 뚫고 자라나와 고실과 유양동을 채우는 형태로 관찰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안면신경초종의 치료 목표는 안면신경기능과 청력기능을 가능한 보존하면서 종물을 수술적으로 완전 제거하는 데에 있었다.5) 그러나 수술적 절제를 시행 시, 본 논문의 세 번째 케이스와 같이 안면마비 House-Brackmann(H-B) 등급 3단계 이상의 안면마비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문제가 있어, 다양한 치료 및 영상 검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점차 안면신경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추천되고 있다.9)
이러한 시도에는 정기적인 자기공명영상을 통한 경과관찰, 골부감압술, 정위 방사선치료 등이 있다.6) 안면신경 기능이 좋고 종양의 구조적인 압박에 의한 증상이 없는 경우에서는 종양의 성장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정기적인 경과관찰을 고려할 수 있다.9) 골부 감압술은 측두골 내 안면신경을 둘러싼 골을 제거하는 것으로써, 크기가 증가하는 종양에서 주위 골부의 압박으로 인한 안면신경 기능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할 수 있다. 이는 경도의 안면마비가 확인되는 증례 중 종양의 성장으로 인해 안면신경 기능의 악화를 보이는 경우 고려될 수 있다.9)
안면신경초종의 궁극적인 치료의 목표는 종양의 완전한 제거와 안면신경기능과 청력 등의 기능 보존에 있다. 수술적 치료 방법으로는 종양 절제 후 안면신경재건의 과정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데, 종양 절제를 위한 수술적 접근법은 종양의 위치에 따라 경유양동 접근법, 중두개와 접근법, 경미로 접근법 등이 증례에 따라 적절히 활용된다. 신경재건의 방법으로는 단단문합술(end-to-end anastomosis), 설하안면신경문합술(hypoglossal facial jump graft), 신경이식술(nerve transplant)이 고려될 수 있다. 적용이 가능하다면, 단단문합술이 예후에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11) 안면신경관 경로 재설정(rerouting)을 통해 여분의 신경 길이를 확보하더라도 긴장을 피하며 문합을 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1 cm 이내의 결손에만 적용 가능하여, 많은 증례에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10) 신경이식술은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는 대이개신경(greater auricular nerve) 혹은 비복신경(sural nerve)을 적절한 길이로 채취하여 시행한다.
최근에는 안면신경초종에 대한 정위방사선치료(stereotactic radiosurgery)의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정위적 방사선치료는 일반적으로 장기간 안면마비의 악화를 최소화하면서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선택되며, 수술적 절제 후 추가적인 안면마비가 예상되는 HB grade II–III 정도의 경도 안면마비를 가진 경우에 주로 적용된다.6) 하지만 현재까지의 보고를 종합해 볼 때에는 치료 후에 약 4%의 환자에서 안면마비가 진행되며, 7%의 환자에서는 종양 크기의 증가가 확인되었는데, 보다 많은 증례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 결과가 요구된다.6)
방사선 치료는 수술적 치료없이 종양의 성장을 막고, 남아있는 안면신경의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 후에도 종양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거나, 안면신경 기능 및 청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종양의 악성화의 가능성이 있다. 아직 장기적인 위험과 치료성적에 대해서 연구된 바는 없으나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높은 종양억제율과 5년 무진행생존율이 보고되고 있다.9) 특히 좋은 안면신경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종양의 성장으로 인해 안면신경 기능의 악화를 보이는 고령 환자에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10)
Wilkinson 등은 2011년 안면신경초종에 대한 치료 알고리즘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알고리즘에서는 안면마비의 정도가 H-B 등급 3단계 이하이며 종양의 크기가 안정적인 경우에는 정기적인 추적관찰, 골부에 국한되어 있고 종양의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에서 안면신경 기능이나 신경전도검사상의 악화를 보이는 경우에는 골부 감압술, 종양이 소뇌교각 혹은 중두개 내에 위치하고 안면마비의 정도가 H-B 등급 3단계 이하인 경우 정위방사선치료(stereotactic radiotherapy), H-B 등급 4단계 이상의 완전마비를 보이며 종양의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나 주위 구조물 및 뇌간 압박 증상을 보이는 경우, 방사선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는 수술적 절제를 고려하도록 제시하였다.9)
안면마비가 없거나 HB grade I–II 정도의 경도 안면마비를 동반한 안면신경초종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의 적용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최선의 안면신경 기능의 유지가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이 경우 치료의 결정은 종양의 크기 보다는 종양에 의한 뇌간, 내이 등 중요 구조물의 압박 소견이 더 중요하게 고려된다.12) 본 증례 중 첫 번째 및 두 번째 케이스는 안면마비를 동반하지 않으며 종양의 크기가 안정적인 경우에 해당하여 현재 6년 이상 동안 장기간의 정기적 자기공명영상검사 및 안면신경 기능을 확인하며 추적관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