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콜레스테롤 육아종(cholesterol granuloma)은 측두골의 함기세포(air cell)에서 자주 발생하는, 염증성 육아조직으로 형성된 종양으로 지속적인 출혈과 주위 골조직의 파괴가 발생하며, 난청, 이명, 안면마비 등의 다양한 신경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1)
내림프낭 종양(endolymphatic sac tumors)은 매우 드물게 내이에서 발생하는 종양2)으로, 감각신경성 난청, 이명, 어지럼증, 안면신경마비 등의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3) 초기에 의심하여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으면,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발현하기 전에는 진단하기가 용이하지 않다.4)
본 저자들은 미로와 내림프낭에 국한하여 발생한 콜레스테롤 육아종(cholesterol granuloma)으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난청, 이명, 어지럼, 이충만감 및 두통 등의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과 유사한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한 환자를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48세 남자 환자가 10년 이상 점진적으로 악화된 우측 난청과 3년 이상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럼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중금속(크롬)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양측 고막은 정상이었다. 자발 안진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그 밖에 안면신경마비, 보행 실조 등 다른 신경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처음 시행한 순음청력검사(pure tone audiometry)에서 우측이 저음역만 보존된 감각신경성 난청 소견이었으며(Fig. 1A), 어음 명료도검사(speech audiometry)에서 우측 20%, 좌측 100%로 측정되었다. 냉온교대온도안진검사(caloric test)에서 84%의 우측 반고리관 마비를 보였다(Fig. 2). 측두골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내림프낭(endolymphatic sac)과 전정(vestibule) 부위에 약 4 mm 크기의 병변이 보였다. 이 병변은 T1 강조영상 및 T2 강조영상 모두에서 고음영을 보였으며, 가돌리늄(gadolinium)을 이용한 조영에서는 뚜렷한 조영증강 소견을 보이지 않았고 좌측 내이와 내림프낭은 정상 소견을 보였다(Fig. 3A–3C). 저자들은 신경초종, 혹은 내림프낭 종양 모두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고, 2년 정도 정기적인 청력검사(Fig. 1B) 및 측두골 자기공명영상 추적관찰을 시행하였다. 환자는 이후 청력의 호전, 악화가 반복되었고, 간헐적인 어지럼증을 호소하였다. 추적 관찰한 측두골 자기공명영상에서 크기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지만(Fig. 3D), 어지럼과 두통의 반복에, 수술적 치료 원하여 수술을 진행하였다.
전신마취하에 후이개 절제를 통해 유양돌기 삭개술(mastoidectomy)을 시행하였다. 이후 미로절제술(labyrinthectomy)을 시행하고, 반고리관막팽대(ampulla of semicircular duct), 난형낭(utricle), 구형낭(saccule)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 미로절제술(labyrinthectomy) 중 명확한 종양은 관찰되지 않았다. 후두와경막(dura of the posterior fossa)에서 공통각(common crus of semicircular duct)으로 연결되는 내림프낭과 내림프관을 확인하였는데, 공통각(common crus of semicircular duct) 내측의 작은 봉소(air cell)를 가득 채운 붉은 종괴가 관찰되어 조직 검사를 시행하였고, 이 종괴는 내림프낭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내림프낭은 혈관이 풍부하게 발달되어 있었고, 붉은색의 종괴를 형성하고 있었다(Fig. 4). 종양 제거 시에 특이 삼출물은 관찰되지 않았다. 비정상적 소견을 보이는 내림프낭을 제거한 후 조직 검사를 시행하고 지혈 후에 수술을 종료하였다.
병리조직검사에서 다수의 콜레스테롤 결정과, 원형세포, 대식세포, 많은 혈관들을 포함하고 있는 섬유성 결합조직이 주위에 관찰되었으며, 이는 콜레스테롤 육아종에 합당한 소견이었다(Fig. 5). 또한 철혈소(hemosiderin)가 가득한 대식세포(macrophage)가 관찰된 것으로 보아, 수술 당시의 출혈이 아닌 지속적인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5)
수술 직후에 환자는 약간 어지럼증을 느꼈으나, 자발안진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수술 2주 후부터 어지럼증은 없어졌다. 주관적인 청력은 이전과 차이가 없었으나, 수술 후 10개월째에 시행한 순음청력검사에서 저음역까지 포함된 전농소견을 보였다(Fig. 1C). 그 밖에 다른 신경학적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현재 수술 후 7년째로, 외래 추적관찰 중이다.
고찰
내림프낭(endolymphatic sac)에 생긴 종물은 주로 감각신경성난청, 어지럼 등을 호소하여,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으로 오인해 치료를 하기 쉽다.6) 내림프낭 주위에 발생할 수 있는 종양으로는 내림프낭 종양, 뇌수막종, 혈관종, 부신경절종, 연골육종 등이 있다.7) 증상은 종물의 크기, 성장에 따라 바뀌며, 증상만으로는 감별이 되지 않으므로, 감별 진단을 위해서는 CT(computed tomography), MRI(margnetic resonance imaging)를 시행하여야 한다.4) 내림프낭 종양은 측두골 자기공명영상에서 가돌리늄(gadolinium)에 조영증강을 보이며, 콜레스테롤 육아종은 T1, T2 강조영상 모두에서 고음영(high signal intensity)을 보이고, gadolinium에 조영증강은 뚜렷하지 않다.8) 본 환자에서도 청력의 변동과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어지럼증으로 측두골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다. T1, T2 강조영상에서 고음영을 보이고, gadolinium에 조영증강되지 않아 콜레스테롤 육아종에 합당한 소견이었으나, 콜레스테롤 육아종이 미로, 내림프낭에 흔히 발생하지 않아 내림프낭 종양(endolymphatic sac tumor), 신경초종(schwannoma)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수술을 시행하였다.
콜레스테롤 육아종의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 폐쇄-진공 가설(obstruction-vacuum hypothesis)과 골수 노출 가설(exposed marrow hypothesis)이 제기되고 있다. 점막의 부종으로 함기세포의 폐쇄가 발생하면, 그 안에 공기가 흡수되고, 함기세포는 진공상태(vacuum)가 되어, 혈액의 관외 유출이 발생하며, 혐기상태에서 분해된 적혈구에서 콜레스테롤이 침강하게 된다. 이후 염증성 이물 반응으로 육아조직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 폐쇄-진공 가설(obstruction-vacuum hypothesis)이다. 골수 노출 가설(exposed marrow hypothesis)은 과도한 함기화가 이루어지면서 봉소(air cell)와 골수조직(marrow) 간 비정상적인 통로가 발생하고, 이 통로로 지속적 출혈이 발생하여 육아종이 발생한다고 본다.9) 본 환자에서는 수술 중 내림프낭 주변 봉소에 콜레스테롤 육아종이 가득 차 있었다는 점, 주변 조직, 특히 내림프낭에서 지속적인 출혈이 있었다는 점으로 보아 폐쇄-진공 가설(obstruction-vacuum hypothesis)에 따라 내림프낭 주위 봉소에서 콜레스테롤 육아종이 형성되고, 혈액이 풍부한 내림프낭에서 지속적인 혈액공급을 받아 내림프낭 주위로 콜레스테롤 육아종이 커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반고리관, 내림프낭 모두에서 혈철소 적재 대식세포(hemosiderin-laden macrophages)가 다수 관찰된 것으로 보아 지속적인 출혈이 내이에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5) 이 때문에 환자가 난청, 이명 및 어지럼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림프낭에 발생한 콜레스테롤 육아종에 대해 아직 문헌 보고가 없는 상태이며, 이곳에 발생한 육아종은 내이나 주위 조직에 발생한 종양에서처럼,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메니에르병에 대한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진행하는 난청과 어지럼, 두통을 호소할 경우 영상검사를 시행하여 이러한 종양성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