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후두 및 기관 외상은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 100,000명당 0.8명의 빈도로 드물게 발생하며 외상 전문 센터를 운용 중인 기관에서도 흔하지 않은 질환이다.1) 후두 외상 환자 445명 중 1명은 갑상연골의 골절을 포함한 중증의 상태로 내원하는데, 이러한 경우 즉각적인 기도 폐색과 대량 출혈의 위험이 있으며 13.6%에서 25%에 이르는 사망률이 보고되었다.2) 실제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에서는 후두의 단독 수상보다 두부 및 흉복부의 심각한 손상을 동반한 경우가 많고, 이러한 동반 외상은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3) 급성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호흡부전과 발성장애 및 연하곤란을 포함한 후유증은 오랜 기간 환자의 삶을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후두 외상의 원인은 교통사고, 낙상, 작업 중 부상 등 다양하며 일반적으로 관통상(penetrating trauma)보다 둔상(blunt trauma)의 비율이 높다. 후두 둔상의 경우 육안상 경부 손상이 뚜렷하지 않고 다른 부위의 외상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적절한 평가 및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수상 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외상 환자가 호흡 불안정 또는 발성 이상을 호소한다면 병력과 신체 진찰, 영상 검사를 종합해 후두 둔상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 필요하다.3,4) 관통상의 경우 수상부위의 노출이 저명하다면 진단을 놓칠 가능성은 낮으나, 지연성 기관 부종, 흡인성 폐렴, 그리고 경부 혈관 손상은 생존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외부로 열린 기도를 통해 호흡이 유지될 때 초기 활력 징후는 정상이기에 외상의 중증도 및 동반 손상이 과소평가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5)
일반적인 후두 외상의 치료에서 기도 확보가 원활하고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개방 정복술 또는 보존적 치료 모두 선택 가능하다. 다수의 선행 연구에서는 기도 폐색에 대한 일차적 처치 후 보존적 치료를 적용하였고, 일부 사례에서 후두 절제술과 같은 근치적 목적의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5–7) 후두 외상은 사례에 따라 다양한 범위의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 정립된 치료 지침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본 저자는 후두 및 기관의 심각한 다발성 외상으로 후두 전절제술을 시행한 1예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
61세 여성이 경부 자상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우울증 및 조현병으로 약물치료 중이었으며 과거, 수차례 입원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었다. 조리용 칼에 수상한 것으로 신고되어 인근 지역의료기관으로 이송되었으며, 이미 열려 있는 기관절개창으로 기관절개 튜브(6.0 Fr) 삽입 및 일차적 지혈술 후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본원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수축기 혈압 90 mmHg, 맥박수 141회/분, 호흡수 23회/분, 산소포화도 97%, 체온 36.3℃로 측정되었다. GCS(Glasgow Coma Scale) 점수는 15점으로 의식은 명료하였으나 기관절개 상태로 인해 발성이 어려웠고, 자세한 계통문진 및 병력청취에 제한이 있었다.
경부 시진상 갑상연골의 전연부에서 근육층을 관통한 20 cm 너비의 열상과 갑상연골 및 첫째 기관연골의 심한 손상을 확인하였다. 양측 피대근 주위로 손상된 근육과 소혈관들이 관찰되었으며 결찰 및 전기 소작으로 지혈을 시행했다. 상기도 평가를 위해 연성 굴곡형 후두내시경 검사를 시도했으나 인후두 부위의 혈괴로 인해 정확한 평가가 어려웠다.
경부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상 근육층의 깊은 열상과 함께 양측 경동맥공간, 인두주위공간, 후인두공간, 척추주위공간 및 종격동으로 다량의 피하기종이 관찰되었다. 갑상연골의 전방에는 다발성 열상이 있었고, 윤상연골의 이상은 저명하지 않았으나 양측 피열연골은 내측으로 전위 소견을 보였다(Fig. 1). 경동맥과 경정맥 등 대혈관의 저명한 손상은 보이지 않았으며 흉부 및 뇌 영상검사상 특이소견은 없었다.
응급실에서 일차 평가를 마친 후 병변의 정확한 평가 및 치료를 위해 응급 수술을 진행하였다. 윤상갑상막을 중심으로 다양한 깊이의 손상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갑상연골의 다발성 열상 및 윤상연골 전연부의 절단이 확인되었다. 피열연골의 관절면 역시 손상되어 윤상연골로부터 50% 이상 분리된 전위가 관찰되었다(Fig. 2). 절단면 상방으로 양측 성문, 하인두 및 식도 입구부가 보였으며 육안상 성대 및 식도 근육의 손상은 없었다. 갑상연골의 심한 손상으로 인해 후두 골격의 유지가 어려웠으며 상윤상 후두 부분절제술 또는 후두 전절제술이 필요한 상태로 판단되었다. 당시 보호자는 내원하지 못하였고 환자의 상태에 대한 설명 후에도 가능한 보존적 치료를 원하였기에 점막과 함께 벌어진 갑상연골 사이를 봉합 후 갑상연골과 윤상연골을 봉합했다. 부분 봉합을 시행한 피대근 상방으로 진공음압창상치료기를 거치했으며 기관절개술(tracheostomy) 시행 후 수술을 종료했다(Fig. 3).
수술 후 5일간 중환자실에서 경과 관찰하던 중 봉합 부위 사이로 타액 유출이 점차 악화되어 추가 수술을 계획하였다. 피열연골 및 윤상연골을 포함한 심각한 후두의 손상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발성 기능을 보존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여 후두 전절제술을 시행하였다. 기존의 기관절개술 부위는 영구 기관루(permanent tracheo-cutaneous stoma)로 전환 후 비흡수성 봉합사로 봉합했다. 수술 후 7일경 인두봉합부 벌어짐으로 인해 타액 누출이 관찰되었으나 국소마취하에 재봉합술을 시행했으며, 이후 후두내시경 및 식도조영검사상 유출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환자는 연하재활 및 호흡재활을 마친 후 퇴원하였으며, 발성을 위해 이차적으로 인공발성관(voice prosthesis) 삽입 후 음성재활을 시행할 예정이다.
고찰
후두 외상 중 관통상의 빈도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총상과 기계에 의한 외상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1,8) 한국에서는 총기 사용의 제한으로 총상의 빈도가 적은 만큼 자상과 기계에 의한 외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5) 자상의 경우 기관 주위 혈관과 신경, 식도의 손상 가능성이 높기에 이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식도는 기관의 후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단순 진찰만으로 손상의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이를 놓쳤을 경우 타액의 누출로 인한 염증은 심경부 및 종격동으로 급속히 파급되기에 내시경 및 외과적 탐색술 등을 통해 반드시 식도 손상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4)
내원 후 즉각적인 기관 내 삽관은 외상 환자의 기도 확보에 도움을 주지만 거치된 기관 내 튜브로 인해 후두기관 부위의 관찰에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기도 확보는 응급 환자의 처치에서 가장 먼저 시행되어야 하나, 삽관 직전 혹은 삽관 중 손상된 후두와 기관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영상검사에서 확인되는 기흉, 혈흉, 경부 피하기종, 기종격동, 그리고 경추 손상은 높은 가능성으로 후두 손상을 시사하기에 기관 내 삽관을 고려할 때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5)
후두외상의 분류는 Schaefer-Furhman의 분류법이 주로 사용된다. 1단계는 골절 없이 경미한 후두부종 혹은 열상을 동반한 외상, 2단계는 저명한 부종 혹은 혈종을 동반하였으나 연골의 노출은 없는 외상, 3단계는 상당한 부종 또는 점막 열상을 통해 연골의 골절 및 노출이 동반된 외상, 4단계는 성대 전연합부의 손상 또는 불안정한 전위 골절로 인해 후두 구조가 파괴된 외상, 5단계는 후두와 기관의 완전한 절단 및 분리가 보이는 외상이다.8) 본 증례에서는 성대 전연합부의 손상, 갑상연골 및 피열연골의 다발성 골절이 확인되었으므로 4단계 외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즉각적인 수술적 정복 및 기관절개술을 통한 기도확보를 요하는 수준이다.
기도확보와 혈역동학적 안정이 이루어진 뒤에는 보존적 치료 혹은 교정술과 같은 적극적 치료 중 선택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정립된 치료 지침은 없다. 일부 초기 연구에서는 수상 직후 내과적 치료를 통해 인후두 점막의 부종을 충분히 감소시킨 후, 5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수술을 시행하도록 권장했다.9)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수상 24–48시간 이내에 적극적인 수술적 교정을 통해 후두 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창상 회복뿐 아니라, 호흡, 발성, 연하와 같은 후두 기능의 회복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8,9) 본 증례에서는 수상 후 12시간 이내에 신속한 외과적 탐색술 및 일차 재건을 시행하였으며, 후두의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여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양측 윤상피열관절의 절단과 함께 되돌이후두신경의 기능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고, 향후 후두 기능부전으로 인한 호흡 곤란, 만성 흡인, 발성 장애의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잔존 후두의 역할이 미약한 상태에서 원활한 경구 식이와 호흡을 위해 후두절제술이 이득이 될 것이라 판단했으며, 보호자와 충분한 논의 후 후두 전절제술을 추가로 시행하였다.
후두외상의 수술적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는 육아조직의 형성, 문합부 벌어짐을 통한 타액 누출, 출혈 등이 있으며, 타액 누출의 경우 4.1%–5.8%의 발생률을 보였다.10,11) 본 증례에서도 수술 후 타액의 누출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갑상연골 및 점막의 다발성 열상으로 인해 봉합 부위의 안정성이 취약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후두의 다발성 손상에서 술 후 타액 누출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판단된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인공 누공(controlled fistula) 혹은 피판 이식 등을 함께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국내외에 후두 전절제술을 통한 후두외상의 치료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Retinasekharan 등의 보고에서는 수상 직후 일차 재건을 통해 후두 기능을 보존하려 했으나, 피열연골과 갑상연골의 심각한 결손으로 수술 후 흡인 및 발성장애가 지속되었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지연성 후두 전절제술을 시행하였다.12) 또한 Consalici 등은 후두외상의 치료로 상윤상 후두절제술을 선택했으며 회복 후 발성 기능의 보전을 보고했다.13) 이처럼 심한 후두 외상의 치료로 후두절제술을 선택한 사례들이 있었으나 수술범위 및 수술방법의 선택은 신중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환자의 전신 상태와 수상 범위뿐 아니라 예상 입원 기간, 사회경제적 상태, 술 후 관리의 용이성, 장기적 삶의 질 등 다방면에서의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