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과오종(hamartoma)이란 발생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하여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정상 조직이 증식하여 혼합된 양성 종양이다.1)
과오종은 신체의 모든 부위에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폐, 간, 신장 그리고 비장에 발생하며,2) 두경부 영역에서의 발생은 매우 드물다.3) 특히 중이강 내에 발생한 과오종은 매우 드물어서 국내에 1예만이 보고된 바 있다.4)
중이강 내 과오종은 중이강 내에서 발생하는 선천성 진주종, 유피종(dermoid), 기형종(teratoma) 그리고 분리종(choristoma) 등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나, 과오종에 대한 술전 진단 방법, 영상의학적 소견에 대해서는 정립된 바가 없다.
과오종의 치료로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하여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 여부를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며,5) 중이강 내 다른 종양성 질환으로 오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들은 타 병원에서 선천성 진주종으로 의심되었던 중이강 내 종물을 주소로 내원한 2세 남아에서, 종물을 양성 종양으로 의심하고 탐색적 고실 절개술을 시행하였으며, 병리조직검사를 통해 과오종으로 진단하였다. 또한 과오종에 동반된 이소골 기형 소견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발생학적 관점에서 중이 내 과오종의 발생과 이소골 기형의 연관성을 추측해볼 수 있었기에,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
2세 남자 환아가 타 병원에서 선천성 진주종으로 의심되었던 우측 고막 내 종물을 주소로 본원 이비인후과 외래로 내원하였다. 내시경 소견상 좌측 고막은 정상 소견이었으나 우측 고막 상부에서 연분홍색 종괴가 관찰되었으며(Fig. 1), 고막의 천공은 없었다. 환자는 정상 분만으로 출생하였으며,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상 이상 소견은 없었다. 내원 2개월 전 타 병원에서 시행한 청성 뇌간 반응검사(auditory brainstem response test)에서 청력 역치는 우측 60 dB, 좌측 30 dB 소견이었다.
타 병원에서 시행한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상 우측 고실 상부에 위치하는 종물이 확인되었으며(Fig. 2), 침골의 장각(long process)과 등골 상부구조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산화단층촬영상 중이 내 연부조직음영이 확인되고, 침골의 장각 및 등골 상부구조의 결손이 동반되었기에 진주종을 의심할 수 있었다. 전산화단층촬영상 안면신경관의 손상 및 내이의 이상은 없었다. 저자들은 환자의 고막 내시경 소견 및 전산화단층촬영 소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으며, 중이 내 발생 가능한 진주종 이외의 양성 종양 질환을 감별하기 위하여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e)을 포함한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하였다. 종물은 T1 강조 영상에서 저신호, T2 강조 영상에서 저신호 강도를 보였으며, 확산강조영상에서도 저신호 강도를 보였다. 진주종은 확산강조영상에서 특징적인 고강도 신호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므로,6)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진주종 이외의 중이 내 양성 종양을 의심할 수 있었다(Fig. 3). 전신마취하 탐색적 고실 절개술을 통해 종물에 대한 조직학적 검사 후 수술적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로 하고 절개 생검을 시행하였다. 수술 중 고막 내측에 약 0.7 cm 크기의 표면이 부드러운 종물을 확인하였다. 침골의 장각과 등골의 상부 구조는 발견되지 않아 이소골 연쇄의 단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물은 침골의 체부에 접해 있었으나 유착되어 있지 않았고, 인접한 침골 및 등골의 미란 소견은 없었다. 종물은 안면신경의 고실 분절에 근접하게 위치하여 있었으며, 근치적 절제에 우선하여 조직학적 검사를 시행하기 위하여 종물 일부에 대한 절개 생검을 시행하였다. 수술 중 출혈은 거의 없었다. 병리조직 검사에서 종물은 과증식한 근육 조직과 섬유질로 구성되어 있었다(Fig. 4A). 표면은 정상 호흡기 상피로 덮여 있었고(Fig. 4B), 과증식한 조직들은 주로 상피 하 결합조직 내에 위치하였다. 종물을 구성하는 근육 조직이나 섬유질에서 조직학적인 비정형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4C). 종물을 이루는 세포의 종류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면역조직화학염색에서, pan-cytokeratin은 표면의 상피에 양성을 보이고 desmin은 종물의 대부분을 이루는 근육세포에 양성을 보였다(Fig. 4D). 신경조직에서 양성을 보이는 S100은 종물의 대부분의 세포에서 음성을 보였다(Fig. 4E). 따라서 종물은 근육조직과 섬유질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최종 조직진단은 과오종으로 판단하였으며, 종물에 대한 정기적 외래 추적 관찰을 시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수술 후 4개월간 외래 추적 관찰을 시행하였고, 고막 소견상 종물의 크기 증가 등의 특이 소견 및 재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수술 후 1년째에 측두골 전산화단층촬영을 통해 경과 관찰을 할 예정이다. 정기적 외래 추적 관찰을 시행하면서, 이소골 기형 및 우측 난청에 대한 치료를 위해 추후 종물의 완전 절제술 및 이소골 성형술을 고려할 예정이다.
고찰
과오종(hamartoma)이란 발생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하여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정상 조직이 증식하여 혼합된 양성 종양이다.1) 1904년 Albrecht 등이 처음으로 과오종을 정의한 이후,7) 1962년 Willis 등이 과오종의 기원 및 조직학적 특징에 대해 보고하였다.1) 과오종은 악성화의 위험이 없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스스로 그 증식을 멈추나 스스로 소멸하지도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8) 과오종은 신체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폐, 간, 신장 그리고 비장에 주로 발생하며,2) 중이강 내에 발생한 예는 극히 드물어 국내에 1예만이 보고된 바 있다.4)
중이강 내 과오종은 진단과정에서 중이강 내 선천성 진주종, 유피종(dermoid), 기형종(teratoma) 그리고 분리종(choristoma) 등의 다양한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며, 생검에 의한 병리조직 결과에 의해 확진할 수 있다. 진주종은 조직학적으로 각화성 편평상피(keratinizing squamous epithelium)로 구성되어 있고, 유피종은 외배엽과 중배엽 조직을 포함하는 낭종성 종괴이며, 기형종은 외배엽, 중배엽 그리고 내배엽의 3배엽 모두에서 유래한 조직을 포함하는 종괴라는 점에서 과오종과 구분할 수 있다.1) 또한 분리종은 정상적으로 해당 부위에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 증식하는 종양으로,9) 해당 부위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의 일부가 과증식하고 비정상적으로 혼합된 과오종과 구분된다. 본 증례의 중이 종물은 과증식한 근육 조직과 섬유질, 상피세포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조직학적인 비정형 및 신경조직은 관찰되지 않았다. 중이강 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근육조직이 과증식하여 종물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으므로, 병리조직학적으로 과오종으로 진단되었다. 소아에서는 간엽성 과오종이 주로 발생하며,10) 두경부의 간엽성 과오종은 가장 흔히 비인두 및 비강에서 발생하는데,11) 본 증례의 경우 내시경 소견, 전산화단층촬영 및 자기공명영상 검사상에서 비인두 및 비강의 종물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본 증례의 경우 중이 내 과오종에 동반하여 이소골의 기형 소견을 보였다. 이소골은 각각 다른 발생학적 기원을 가지는데, 추골두부 및 침골체부는 제 1새궁에서 발생하고, 추골병, 침골장각, 등골두부와 전후각은 제 2새궁에서 발생하며, 등골족판은 이낭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12) 본 증례의 경우 침골장각과 등골의 상부구조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등골족판의 고정 소견은 보이지 않았기에 Cremers에 의한 이소골 기형 분류13) 중 3형에 해당되었다. 과오종의 발생시기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기에 중이 내에서 과오종의 발생과 이소골 기형의 발생과정의 선후관계를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본 증례의 경우를 통하여 발생학적 관점에서 중이 내 과오종의 발생과 이소골 기형의 연관성을 추측해볼 수 있었다.
중이 내 과오종은 대부분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나, 종괴에 의한 압박에 따른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14) 병변 쪽의 전음성 난청, 안면신경의 노출, 이소골 연쇄의 이상 등을 동반할 수 있다. 과오종의 치료로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하여 종물을 제거함과 동시에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 여부를 감별할 수 있으며, 완전 절제를 시행한 경우 재발이 발생하였다는 보고는 없다.5) 과오종의 경우 악성화의 위험이 없고,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 증식을 멈추기 때문에, 발생한 위치에 따라 보존적인 수술을 시행하고 정기적인 외래 추적 관찰을 시행하는 방안도 합리적인 치료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15)
중이강 내 종물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선천성 진주종, 콜레스테롤 육아종, 안면신경종, 분리종, 기형종, 유피종, 과오종 등 다양한 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에서 발견된 중이강 내 종물의 경우 선천성 진주종의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본 증례와 같이 과오종의 가능성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과오종은 그 특성상 발생 위치에 따라 완전 절제가 아닌 보존적 수술 및 정기적 외래 경과 관찰을 시행할 수 있고, 불필요한 근치적 수술을 시행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15) 따라서 내시경 소견 및 영상의학 소견, 검체의 조직학적 소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이강 내 발생한 과오종은 매우 드물게 보고되며, 저자들은 타 병원에서 선천성 진주종으로 의심되었던 중이강 내 종물 1예를 조직검사를 통해 과오종으로 확진하였기에, 이를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