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경부 괴사성 근막염 및 하행성 종격동염은 구인두 감염 혹은 치성 감염원으로부터 발생한 이차 감염이 근막을 따라 빠르게 진행하면서 조직의 허혈과 괴사를 일으켜 주변 피부, 연부조직, 근육과 인접 혈관 등을 광범위하게 손상시키며, 국소적으로는 호흡기 폐색, 경정맥 폐색, 폐농양, 종격동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고, 전신적으로는 패혈증, 신부전, 쇽 등을 유발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1-3) 최근 항생제 사용으로 치료율이 높아지고, 합병증으로 이행하는 비율이 줄었으나, 노령인구가 늘고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유병율이 늘어나면서 단순 구강 내 감염 소견도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이다.4)
흉부, 특히 종격동으로 퍼진 감염의 경우 패혈증으로 번져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질환으로 신속한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며, 가급적 조기에 항생제를 사용하여 감염원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나, 호전이 없거나 악화되는 소견을 보이면 수술에 의한 절개 배농으로 치료한다. 수술적 배농과 함께 괴사 조직의 제거, 상처부위의 세척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며, 최근 이러한 상처를 안전하고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음압상처치료 역시 많이 사용되고 있다.4,5) 음압상처치료는 상처 부위의 삼출물을 흡수하여 조직 부종을 줄이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세균의 군집을 줄여 상처의 혈액 순환을 장려하며 조직 회복을 돕는다.6) 이는 최근 당뇨족의 궤양, 개복수술, 욕창, 개방 골절, 이식편 등 다양한 환부에 적용되는 추세이며, 특히 수술 부위 감염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상처의 치료에도 선택되고 있다.7) 기존 고식적인 소독 방법을 이용한 상처 관리에 비해 치료 횟수를 줄여 의료진의 피로도와 환자가 치료 때마다 겪는 통증을 줄일 수 있으며, 시간과 비용 역시 감소시킬 수 있다.4,6)
구인두 감염으로 인한 경부 괴사성 근막염 및 하행성 종격동염에 대해서는 국내외로 다수의 보고가 있으나, 감염의 범위가 흉곽 및 상지에 이르는 경우는 보고된 바도 극히 드물고, 치료 방법 역시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저자는 구인두 감염으로 인한 광범위한 경부 괴사성 근막염, 하행성 종격동염, 흉곽 및 상지 감염 1예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치료를 완료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2세 남자 환자가 내원 1주 전부터 발생한 인후통 및 호흡곤란 증상을 주소로 본원 응급실로 내원하여 경부 및 흉부 전산화단층촬영 시행 후 본과로 의뢰되었다. 내원 당시 산소요법 분당 10리터 적용 후 혈중산소포화도 85% 확인되었으며, 시진 상 전경부 종창 및 발적, 촉진 상 전경부 통증 및 압통, 광범위한 부분에서 염발음이 확인되었다. 기저 질환으로는 당뇨가 있으며, 뇌출혈 기왕력이 있는 분으로 1주 전 지역 의원에서 좌측 편도 주위 농양 진단 하 상급 병원 치료를 권유 받았으나, 개인 사정으로 치료 없이 경과 관찰하던 중 증상 악화 소견을 보여 본원 응급실에 내원하였으며, 전산화단층촬영 상 좌측 편도 주변의 농양으로 시작된 염증은 동측 하인두 및 악하선 영역까지 침범해 있었으며 종격동 및 심낭 주변부까지 타고 내려간 양상이었다(Fig. 1A, 1B and 1C). 굴곡후두경 검사 상 좌측 하인두의 결손 부위를 통해 농양 배농 및 괴사된 점막이 확인되었고, 기도 폐색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Fig. 1D). 환자 전산화단층촬영 소견 상 심경부감염, 종격동염 및 심낭염까지 진행된 상태로 응급 수술을 통한 절개 배농술을 계획하였다. 흉부외과와 합동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흉부외과에서는 비디오 흉강내시경수술(video-assisted thoracic surgery, VATS)을 통해 흉강 내 배액관을 거치하였다. 이비인후과적으로는 경부의 농양을 양측에서 접근하기 위하여 Apron 피판을 올린 후 양측 level II, III, IV, V와 갑상선 주변을 포함한 level VI까지 박리하여 농양을 배농하고, 전반적인 연부조직, 근막 조직의 괴사 소견이 확인되어 세척 및 베타딘 소독, 괴사조직을 제거하고, 절개 배농 시 농양 및 괴사 조직이 관찰된 공간을 충분히 치료하기 위해 설골부터 갑상선 하부까지 전경부공간(anterior cervical space)에 스폰지가 거치되도록 피라미드 모양으로 길게 잘라 추가 적용하였다. 지속적 음압 장치(negative-pressure wound therapy)를 거치하였다. 환자는 술 후 기관 삽관 유지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기계환기를 유지하며, 수술실로 이동하여 수술 부위 소독 및 관리를 반복하였으며, 수술실에서 배농한 농양의 균 배양검사에서는 스트렙토코커스 안지노서스(Streptococcus anginosus)가 배양되었다. 배양 결과, 항생제 감수성에 적합한 3세대 세팔로스포린 및 메트로니다졸을 정주하였고, 혈액 검사에서는 백혈구 수치 및 C 반응 단백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환부에 거치한 음압장치는 주 2회 수술실에서 스펀지 교체를 계획하였으며, 술 후 7일째 음압상처치료의 배액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술 후 8일 째 수술실로 이동하여 좌측 하인두의 결함 부위를 재확인하였으며, 효과적인 음압상처치료 적용을 위해 미세 후두 수술을 통해 결함 부위를 확인하며 봉합술 시행하였다. 술 후 12일째 혈액 검사 악화 소견을 보이며, 수술 부위 평가를 위해 시행한 전산화단층촬영 소견 상 우측 경부로부터 동측 견갑 거근을 포함한 견갑골 주변부, 상지 및 우측 흉곽까지 광범위한 염증 및 농양 소견이 확인되어 정형외과 협진을 시행하였다(Fig. 3). 초기 절개 배농 시 우측 경부로부터 동측 견갑 거근에 이르는 부위의 감염원 조절 실패가 악화의 원인으로 추정하였다. 정형외과에서는 우측 전 삼각흉 절개법을 통해 극상근 후방의 농양 배액 후 배액관을 거치하였다. 이후 흉부외과 및 본과의 수술을 통해 환자 수술 부위를 확인하였으며, 술 후 19일째 수술 중 시행한 세균배양검사 상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ultidrug-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이 동정되어 사용하던 항생제에 반코마이신을 추가하였다. 환자 장기간의 기계환기장치 유지로 인한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하여 혈액 검사 수치는 호전 악화를 반복하였으나, 수술 부위 수술장 소견 및 전산화단층촬영 상 호전 양상을 보여 본과적으로는 술 후 40일 째 음압장치 제거 및 전경부 봉합부위에 배액관을 거치하였다. 입원치료 초반부터 장기간의 기계환기장치 유지가 예상되었던 환자로 치료 초기에 기관절개술을 고려하였으나, 광범위한 전경부 농양으로 기관절개술 부위가 부분적으로 괴사되었으며, 음압상처치료 시 기관절개부위로 결함이나 공기 누출 가능성이 있어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봉합 부위 배액관을 통한 세척 및 소독을 통해 수술 부위를 추시하였으며, 농양 배액 소견이 없으며, 수술 부위 호전이 확인되어 봉합술 시행 후 22일째 배액관 제거 및 봉합사 제거를 완료하였다.
입원 후 3개월째 경부, 흉부 및 상지의 수술부위는 호전되었으나, 폐렴이 지속되고, 반복되는 기도삽관의 발관 실패로 인하여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였으며, 폐렴 호전 양상이 확인되어 일반병동으로 전동하였다. 기관절개술 1개월후 캐눌라는 제거하였으며, 하인두 결합 부위의 누출 없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식도조영술을 시행하였고, 이상 소견이 없어 일반병동에서 식이 진행 후 입원 후 4개월 경 퇴원하였다.
고 찰
괴사성 근막염은 초기에 피부 표피층과 심부의 변화 없이 근막과 피하지방층을 따라 혈관의 허혈과 괴사가 나타나다가 병이 진행되면서 표피와 근육층으로의 염증 및 괴사 작용이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해부학적 구조 상 동일한 근막층을 따라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이때 동반되는 허혈로 인해 항생제의 침투를 어렵게 하여 병의 진행을 촉진하며, 외과적 처치의 지연 시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9)
문헌에 따르면 두경부 및 흉벽은 혈액 공급이 풍부하기 때문에 괴사성 근막염의 발생 빈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3) Safran 등의 연구에 따르면 괴사성 근막염이 흉벽을 포함한 경우 사망률이 77%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치는 다른 부위의 괴사성 연부조직염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이다.10)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조기에 영상학적 검사를 통한 진단 이후에는 집중치료를 위해 중환자실 입실이 필요할 수 있으며, 절개 배농 및 괴사 조직 제거 등의 적절한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구인두 감염 기원의 경부 하행 감염은 후인두공간 및 경동맥초를 통해 종격동으로 퍼지며, 중력 방향과 일치하여 감염의 전파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감염원을 조절하기 위한 항생제 정주와 함께 질병의 진행과 악화를 막기 위해 필요 시 감염원 및 종격동의 수술적 절개 배농술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술 후 환자의 상태를 추적 관찰하는 방법은 신체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C반응성 단백, 경부 엑스레이, 경부 전산화 단층촬영, 흉부전산화단층촬영 등의 검사를 추가로 활용하여 평가한다.4) 상기 검사들을 종합하여 치료 계획을 수정하거나 추후 상처의 봉합 시기 혹은 퇴원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본 환자는 보존적 치료와 동시에 응급수술을 통해 전경부 외측의 절개를 통한 배농술 및 흉강 내 배액관을 거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악화로 인해 우측 경부를 통해 동측 견갑 거근을 포함한 견갑골 주변부 및 우측 상지까지 염증 및 농양 소견이 확인되어 정형외과적 절개 배농술을 요했을 정도로 급격한 감염의 전파를 보였다. 이는 기저에 앓고 있는 당뇨병 및 환자의 연령을 고려하더라도 급격한 악화로 사료된다. 또한 좌측 편도 주변의 염증으로 시작된 감염이 동측이 아닌 반측 상지로 퍼져 나간 이유는 경부 하행 감염의 경로로 후인두공간을 거치며 중앙을 타고 내려와 양측 상지 중 어느 쪽으로도 이행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환자의 수술시 확인한 결과, 경부에서 상지로의 감염 확산 경로는 견갑설골근의 주행 경로와 일치하였다. 경부의 괴사성 근막염이 견갑설골근을 통해 견갑골상각으로 진행하여 결과적으로 상지까지 감염이 진행하게 되었다.
또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본 환자는 경험적 항생제를 사용함과 동시에 수술적 치료 중 얻게 된 검체로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하였다. 문헌에 따르면 괴사성 근막염의 원인균으로는 일반적으로 호기성균과 혐기성균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9) 본 환자 역시 추후 시행한 세균배양검사에서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 동정되어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에 반코마이신을 추가하였으며, 이는 장기간 기계환기를 유지하며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원내 감염의 예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 선택할 수 있는 항생제의 제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농양의 치료는 절개 및 배농이 원칙이나, 고름집의 재형성을 다스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심경부 감염 및 괴사성 종격동염의 치료에 경경부 접근과 경흉부 접근 중의 우선순위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11) 저자들은 환자의 광범위한 심경부 감염 및 경부 괴사성 종격동염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지속적 음압장치를 경부 양측의 외부에 거치하였다. 음압상처치료는 고식적인 절개 배농술과 비교하여 다양한 장점이 있으며, 상처의 빠른 회복으로 훌륭한 임상적 효과를 보여 최근 두경부 영역에서 많이 선택되고 있는 방법이다.7,12) 기존에 음압상처치료의 적용 시점에 대한 연구는 없으나, 문헌에 따르면 절개 배농술 후 괴사성 근막염으로 인한 결함부위를 보완하여 성공적인 음압상처치료를 보고한 사례가 있었다.12) 본 증례에서도 효과적인 음압상처치료를 위해 하인두의 결함 부위는 미세 후두 수술을 시행하여 봉합하였다. 또한 괴사성 근막염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염증 및 괴사 조직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창에 삽입된 음압장치의 스펀지 교체를 시행할 때마다 주변부의 괴사 조직을 추가로 제거하였다. 그러나 음압상처치료는 두경부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많은 양의 농양을 중력 방향에 역행하여 배농하는데 한계가 있다.13) 따라서 저자들은 광범위한 농양을 구획화 하여 흉부외과 협진을 통해 비디오 흉강경 수술을 시행하여 종격동염 및 흉강 내 농양을 배농하였고, 정형외과 협진을 통해 우측 견갑골 주변부의 농양을 배농하였다.
경부 괴사성 근막염 및 하행성 종격동염의 합병증은 호흡기 폐색, 흡인성 폐렴, 경동맥 및 경정맥 색전, 종격동염, 흉막염, 심장막염, 피부괴사 등의 국소적인 합병증과 패혈증과 신부전, 쇽 등의 전신적인 합병증이 있다.14) 증상의 악화 속도가 매우 빠르며 생명이 위태로운 정도의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를 요한다. 수술적 치료를 결정하는 시점이 중요하며, 본 증례와 같이 광범위한 경부 괴사성 근막염 및 하행성 종격동염이 발생한 경우, 음압상처치료를 적용하여 효과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경부 괴사성 근막염 및 하행성 종격동염은 편도 주위 농양 및 치성 감염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중의 하나로 보고되고 있지만, 본 증례와 같이 진행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견갑골 및 상지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로 저자들은 이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