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상악동 근치술(Caldwell-Luc operation)은 1893년에 George Caldwell이 처음 기술한 이후, 상악동 전벽에 창을 만들어 상악동 염증을 치료하는 술기로 널리 사용되었다.1) 요즘은 내시경 부비동 수술이 보편화 되면서 상악동 근치술의 적용 범위가 줄어들었지만, 내시경 접근이 힘든 상악동 전벽, 하벽, 측벽의 병변을 충분히 제거하기 위해 침습적 방식의 상악동 근치술을 사용하거나, 보다 덜 침습적인 상악동 천공술(maxillary sinus trephination)을 함께 시행할 수 있다.2)
저자들은 만성 부비동염 및 우측 비강 내 종물을 치료하기 위해 양측 내시경 부비동 수술 및 우측 상악동 천공술을 시행한 49세 남자가 수술 1일째 광범위한 경부안면 피하기종이 발생하는 합병증을 경험하였고, 이를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고혈압, 당뇨, 말단비대증을 가진 49세 남자가 우측 비강 내 종물을 주소로 본원 외래를 내원하였으며, 비강 내시경 상 불규칙한 표면의 하얀색 종물이 양측 비강을 채우고 있었다. 부비동 전산화 단층 촬영 및 자기 공명 영상에서 비균질성 조영증강을 보이는 종물이 우측 상악동과 우측 비강, 그리고 비인두 부위를 거쳐 좌측 비강을 침범하는 소견이 확인되었다. 좌측 상악동 내 부비동염 소견도 함께 관찰이 되었다(Fig. 1A and B).
이에 저자들은 양측 부비동 내시경 수술과 더불어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힘든 상악동의 전벽, 하벽, 측벽 병변의 절제를 위해 우측 상악동 천공술을 함께 계획하였다. 전신 마취 하에 수술을 시행하였고, 우측 상악동의 전방 외측 벽, 우측 접형동의 전벽 하부 그리고 비중격 후방 부위에서 기시하는 종물을 확인하고, 이를 비내시경 접근을 통해 제거하였다. 또한 15번 블레이드를 이용하여 우측 입술 밑 견치와 상외측 부근 점막에 1 cm 이하의 작은 절개선을 만든 뒤, 골막분리기(periosteum elevator)를 이용하여 골막을 박리하고, 이어서 트로카(trocar)로 상악동 전벽을 수직으로 천공하는 상악동 천공술을 시행하였다. 이 창을 통해 굴곡형 미세흡입 분쇄기(debrider)와 굴곡형 큐렛(curette)을 삽입하여 상악동 내 남은 종물과 전방 외측벽 기시부를 확인 후 완전히 제거하였다. 우측 비강 및 우측 상악동 내에서 획득한 조직 절편에 대해서는 조직검사를 각각 시행하였고, 두 조직 절편 모두 반전성 유두종으로 최종 진단되었다.
수술 1일째 오전 8시 환자는 우측 안면부 및 경부 종창을 호소하였고, 신체진찰 상 우측 안면 부위 및 양측 경부에 광범위한 염발음(crepitus)이 촉진되었다. 즉시 금식을 시행하고, 경부 방사선 촬영을 통해 양측 경부 및 안면부에 퍼진 피하기종을 확인하였다(Fig. 2A and B).
전날 전신마취 과정에서 기관내 삽관을 여러 차례 시도하였기에 인후두 열상에 의한 피하기종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후두내시경을 시행하였으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어서 경부 전산화 단층 촬영을 시행하였고, 우측 상악동 개구부와 그 주변으로 다량의 공기 음영을 확인하였다. 피하기종은 우측 안구 및 안면부, 양측 경부 그리고 등 상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으며, 후인두 공간 및 종격동에서도 공기가 관찰되었다(Fig. 3A, B and C).
심경부감염으로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광범위 항생제 치료를 시작했으며, 상악동 개구부 주변 연조직 부종을 가라앉히기 위해 덱사메타손 주사를 12시간 간격으로 5 mg씩 2회 사용하였다. 또한 압박밴드와 거즈를 이용하여 우측 상악동 전외측 벽을 압박함으로써 추가적인 공기가 피하 공간으로 누출되는 것을 예방하였다. 전산화 단층 촬영상 인후두 및 식도 손상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기에 금식을 해제하고, 정상 식이를 시작하였다.
수술 2일째 환자의 안면 및 경부 종창은 크게 호전되었고, 경부 방사선 검사에서도 피하기종의 범위가 줄어든 것이 확인되었다. 흉부 전면부에서 만져지는 염발음의 범위 역시 전날 대비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4).
이후 매일 경부 방사선 촬영 및 염발음 촉진을 통해 피하기종 범위가 줄어드는 것을 추적관찰하였고(Fig. 2C and D), 수술 4일째 경부 염발음 및 방사선 검사상 공기 음영 범위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환자를 퇴원 조치하였다. 수술 7일째 환자는 외래를 방문하였고, 신체 진찰상 경부 염발음이 모두 소실되었다. 현재는 수술 후 2개월이 경과한 상태이며, 추가적인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고 찰
1980년대까지 상악동 근치술은 상악동염을 치료하는 주된 수술 방법이었다.3) 내시경 수술이 도입된 이후 상악동 근치술의 시행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재발성 만성 비부비동염,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힘든 상악동 종물 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술식이다.3,4) 상악동 근치술 후 발생하는 초기 합병증으로는 안면부 종창(89%), 볼 불편감(33%), 발열(12%), 수술 부위 출혈(3%) 등이 있으며, 장기 합병증으로는 안면 감각이상(9%), 재발성 부비동염(12%), 재발성 폴립(5%), 구강상악동 누공(1%) 등이 보고되었다.5) 이러한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덜 침습적인 상악동 천공술을 시행하여 광범위한 상악동 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2,6) 상악동 근치술이나 덜 침습적인 상악동 천공술 이후 발생한 경부안면 피하기종 합병증의 예는 아직까지 국외 및 국내에서 보고된 바가 없다.
저자들은 상악동 천공술 후 발생한 피하기종 사례에 대해 우선 기관내 삽관 과정에서 발생한 인후두 열상을 의심하였으나, 후두내시경 및 경부 전산화 단층 촬영상 인후두 손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본 증례의 경우,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우측 상악동 천공술 개구부와 그 주변으로 다량의 공기 음영이 확인되었기 때문에(Fig. 3A) 공기가 상악동 개구부로 유입되어 주변 조직으로 퍼져나가면서 광범위한 경부안면 피하기종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환자는 술전 수면무호흡 증상을 호소하던 자로, 후두내시경상 낮게 내려 앉은 연구개, 구개수 비대, 설 비대 그리고 설편도 비대가 관찰되었는데, 수술 당일 수면 시 비강 전방부가 비흡수성 패킹으로 막혀있는 상태인데다 크고 넓은 혀가 후방으로 밀리면서 호기 시 기도 압력이 평소보다 상승되었으리라 판단하였다. 또한 비흡수성 패킹이 비강 전방에만 거치된 상태에서 높아진 상기도 압력이 후비공을 거쳐 수술 후 넓게 개방된 우측 상악동 개구부를 통해 상악동 천공 부위까지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외상으로 인한 부비동 골절로 인해 피하기종이 발생한 문헌 사례를 참고해 보면, 외상 후 부비동 점막 열상 주변 결합조직이 느슨해지면서 기침, 재채기, 코 풀기와 같이 상기도 내 공기 압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기가 안면부 평면으로 세어나가 광범위한 피하기종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7) 또한 본 증례에서는 말단비대증이 있는 환자의 뼈가 단단하여 상악동 천공 시 강한 압력이 가해졌는데, 이 때 개구부 주변 연조직 손상이 발생하여 그 틈 사이로 더 많은 공기가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상악동 천공술 후 경부안면 피하기종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려면, 상악동 창의 크기를 최소화하고, 주변 연조직 손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상악동 전벽에 수직으로 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개구부의 종창 및 공기 유출을 막기 위해 해당 부위를 압박 밴드와 거즈 등을 이용하여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부안면 피하기종의 치료는 심경부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고, 피하기종의 범위가 종격동, 흉막강, 복막강 등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세심한 추시관찰을 요한다. 경부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여 줄무늬 모양의 저음영선 범위를 확인하고, 이학적 검사를 통해 염발음이 촉진되는 부위를 매일 표시하여 병변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Fig. 4). 호흡곤란, 흉통 등의 증상 발생 시에는 종격동기종을 의심하고 전산화 단층 촬영을 고려한다.
경부 피하기종은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 중 하나로, 기관절개술 및 편도절제술8-10) 이후 발생한 피하기종의 사례는 문헌을 통해 여러 차례 보고된 바가 있고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통해 수일 내 호전된 것으로 보고되었다.11) 경부 피하기종을 적절히 처치하지 않을 시 심경부감염, 종격동염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경부 피하기종의 조기 진단과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상악동 근치술과 천공술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안면부 종창인 만큼,5,6) 피하기종을 단순 연조직 종창으로 오인하고 간과할 경우 진단이 늦어질 위험이 있다. 환자가 상악동 수술 후 안면 혹은 경부 불편감을 호소할 때는 이학적 검사를 통해 염발음 여부를 확인하고,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 등 술 후 상기도 내 압력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보다 세심한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