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비중격 농양은 비중격 연골부와 연골막 사이 또는 골 부와 골막 사이에 화농성 물질이 고이는 질환으로 드문 빈도로 발생한다.1) 발생 원인으로는 외상이 대표적인데, 드물게는 비전정염, 급성 부비동염, 치성 감염 혹은 면역 저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1,2) 비출혈로 시행하는 전 기 소작술 또한 대표적인 비강 외상으로 볼 수 있는데, 전기 소작술의 합병증으로는 비중격 천공, 감염, 비루 등이 있으나, 농양을 형성한 증례는 극히 드물다.3)
비중격 농양이 진행되면 비골, 비중격과 상외측 연골 이 접하는 부위인 Keystone 영역으로 파급이 될 수 있 다. 하지만 농양이 형성되더라도 Keystone 영역의 단단 한 결합으로 비배부로 파급되는 일은 흔치 않다.4-6)
본 저자들은 전방 비출혈로 전기 소작술을 시행 받은 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중격 농양 증례를 경험하 였다. 본 증례에서는 농양이 Keystone 영역에 국한되어 형성되어 있었고 합병증으로 안장코가 발생하였다. 비 중격 농양은 드물기는 하나 언제든지 발생 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는 질환이다. 본 증례는 그 원인이 흔히 시 행하는 소작술 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농양이 Keystone 영역에 국한되어 발생한 점에서 매우 이례적 인 사례로 생각되며, 이에 대한 고찰을 저자의 가설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9세 여성이 2일 전부터 시작된 비배부 종창과 통증 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고혈압 외에 특이 기저질환은 없었고 1달 전 비출혈로 타병원에서 우측 비중격에 전기 소작술을 시행 받았다. 시술 후 항생제는 복용하지 않았 으며 시술 1~2일 뒤부터 코막힘, 불편감이 지속, 5일 뒤 상기도 감염 증상이 있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였다. 시술 2주 뒤 비강 분비물이 지속되며 두통, 근육통 및 위약감이 있어 시술 병원에서 1주간 경구 항생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였고 전신 증상은 호전되었으나 내원 2일 전 비배부 종창이 발생하였다.
내원 당시 비배부의 경미한 종창과 압통이 있었고 (Fig. 1A), 비내시경 상 양측 비중격 상부에서 종창과 발 적을 보였다(Fig. 2). 혈액검사 상 백혈구 수치 9,920/μL (호중구 54.5%), C 반응성 단백 0.2 mg/dL로 정상 범위 였다. 조영 증강 비부비동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Key-stone 영역에 약 1.1×1.5 cm 크기의 주변부 조영 증강 을 보이는 저음영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3).
내원 당일 입원하여 Augmentin(3회/일, 1회 1.2 g), Isepamicin(2회/일, 1회 200 mg) 경정맥 투여를 시작하 였고 국소마취 하 좌측 절개 배농술을 시행, 농성 물질 을 배액 하였고 Penrose 배액관을 거치하였다. 수술 직 후 압통은 호전되었으며 수술 중 시행한 배양 검사에서 는 균이 동정되지 않았다. 수술 후 동일 항생제를 지속 투여했으며 드레싱을 시행하며 경과관찰 하였다. 수술 2일 째부터 배액이 관찰되지 않아 3일 째 배액관을 제거 하였다. 5일 째부터 종창이 줄며 비배부 함몰 소견을 보 였고(Fig. 1B), 8일 째 경구 항생제(Augmentin 3회/일, 1회 625 mg)를 처방 받고 퇴원하였다. 퇴원 1주 뒤 재발 소견은 없었으나 안장코의 윤곽이 더욱 명확해졌고 비 성형 수술을 권하였으나 원치 않아 경과관찰 중이다.
고 찰
비중격 농양은 드문 질환으로 주로 외상 후 생긴 혈종 의 감염에 의해서 발생한다. 환자들은 보통 비루, 비폐 색, 비강 통증 등의 비증상을 겪게 되며 두통, 발열, 근육 통 등 비특이적인 증상 혹은 전신 증상도 흔하다.2,7) 외 상력이 있는 환자가 상기 증상을 호소하며 신체검진 상 비중격 종창 및 압통 소견을 보일 경우, 조영 증강 비부 비동 전산화 단층촬영 등의 영상학적 검사로 어렵지 않 게 진단할 수 있다.8)
즉각적인 경험적 항생제 투여와 절개 및 배농이 주된 처치이며 보통 처치 후 합병증 없이 호전되나 24~48시 간 내에 처치가 시행되지 않으면 연골의 괴사가 발생하 고, 진행되면 두개내 감염, 안와 합병증, 외비 변형으로 인한 미용적 문제 등 비가역적이고 중대한 합병증이 발 생할 수 있다.1,2,6) 흡인 혹은 배농 시 균 배양 검사를 시 행, 그 결과를 고려하여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해야 한다. 가장 흔한 배양균은 Staphylococcus aureus로 알려져 있고 그 외에 Streptococcus pneumonia, Staphylococcus epidermidis, Hemophilus influenza, 혹은 혐기성 균이 검출되기도 한다.9,10)
Keystone 영역은 비골, 비중격의 연골부와 골부, 그리 고 상외측 연골이 연골막과 골막의 단단한 섬유성 결합 으로 접하는 부위인데, 이러한 특징으로 비중격 농양이 발생하더라도 주변으로 침범되는 일이 흔치 않다.4,5) Keystone 영역은 비배부의 형태를 유지하는데 핵심적 인 역할을 하는 부위로, 본 증례와 같이 비중격 농양이 진행하여 Keystone 영역의 연골부 괴사가 발생하면 비 배부의 안정성이 무너져서 안장코가 발생할 수 있다.5,6)
이러한 미용적 문제,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합병증 등 비가역적이고 중대한 합병증들을 일으킬 수 있는 비중 격 농양에 대한 즉각적인 처치도 중요하나, 일차적인 예 방과 적절한 시기의 진단 또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중격 농양은 주로 외상에 의 해서 발생하며 전기 소작술도 대표적인 의인성 외상으 로 볼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환자가 타병원에서 시술 을 받았으며 4주 후 본원에 내원하여 인과관계를 밝히 기는 어렵지만, 병력을 고려하면 전기 소작술이 원인이 되었으리라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환자는 시술 후 비강 불편감이 지속 되었고 이 시기에 혈종이 형성되어 있었 을 것이라 추정되며, 이후 상기도 감염을 앓으며 농양으 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In 등11)이 보 고한 증례를 참고하면, 영상학적 검사에서 비중격 농양 의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비출혈로 전기 소작술을 시 행 후 농양이 형성, 이로 인해서 안장코가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본 가설을 보강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본 증례의 특이점이라면 농양이 Keystone 영역에 국 한되어 형성된 점이다. 이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 해볼 수 있는데, 첫째로 전기 소작술을 전방부 출혈이 흔한 Kiesselbach 영역에 시행, 해당 부위에 농양이 형성되었 고 Keystone 영역으로 파급, Keystone 영역을 제외한 농양은 흡수되었을 경우를 들 수 있다. 둘째로 비출혈이 비중격 상부에서 발생하여 전기 소작술을 Keystone 영 역에 근접한 비중격 상부에 시행하였고 농양이 Key-stone 영역에 형성되었을 경우를 들 수 있겠다.
다른 특이점으로는 농양 형성의 원인을 생각 해볼 수 있다. 비강 내 전기 소작술 시행 후 재출혈 및 비중격 천 공 등의 합병증 발생은 흔하게 알려져 있으나 농양 형성 및 외비 변형을 보였던 보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4) 실제로 국내 문헌 보고 상 안장코가 발생한 증례가 1예 존재하나,11) 영상학적 검사를 포함, 농양 형성의 증거를 찾지 못하였고 본 증례에서는 농양이 형성 되었다는 점 에서 차이가 났다.
본 증례는 비출혈로 전기 소작술을 시행 후 농양이 형 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로, 전기 소작술 시행 후 농양의 형성과 외비 변형에 대하여 유의 깊게 살펴야 하 며, 상기도 감염 등이 동반 시 더욱 면밀하게 관찰하고 농양 형성 시 즉각적인 처치를 해야함을 보여주는 증례 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기 소작술 시행 후 항생제 처방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증례인데, 비강 패킹(packing) 후 항 생제 처방에 관한 문헌은 찾아볼 수 있으나,12-15) 전기 소작술 후 처방에 대한 문헌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미한 합병증에서 그칠 수 있으나 자칫 생명을 위협하거나 비 가역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지침은 꼭 필요하다. 향후 비출혈로 전기소작술을 시행 한 후 적절한 항생제 선택 및 투약 시작과 중단 시점 등, 처방에 대한 지침이 제시된다면 많은 경우에서 비중격 농양을 일차적으로 예방하여 중대한 합병증까지 이어 지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