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hyalinizing trabecular tumor, HTT)은 드문 갑상선 양성 종양으로 40-50대의 정상 갑상선 기능을 가진 여성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87년 Carney 등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고,1) 이후 2004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내분비 기관 종양 분류에 포함되었다.2)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의 정확한 유병율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2017년 Yang 등은 색도플러 초음파 상 고혈관성(hypervascularity)을 보이는 갑상선 종양 698례 중 5례에서 진단되었다고 발표하였다.3) 이 종양은 피막에 잘 둘러싸여 있으며, H&E 염색에서 유리질양 간질 사이로 다각형, 난원형 또는 방추형의 종양 세포들이 소주형으로 배열되는 것이 특징이다.1,4) 세침흡인세포검사 상 핵구(nuclear groove), 핵내가성세포질봉입(intranuclear cytoplasmic pseudo-inclusion) 등이 보여 갑상선유두암으로 오인되거나, 유리질 섬유화가 심한 경우 아밀로이드로 판단하여 갑상선 수질암으로 오진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5)
저자들은 최근 세침흡인세포검사 결과 상 갑상선 유두암 소견이 의심되어 수술을 시행하였고, 수술 중 동결절편검사에서도 유두암 의심소견이었으나, 최종 병리 소견에서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으로 확진된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61세 여자 환자가 좌측 갑상선 종괴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 좌엽과 협부사이에 1.3×1.0 cm 크기의 비교적 경계가 좋은 저에코성 결절이 발견되어 이에 대해 세침흡인세포검사를 시행하였다(Fig. 1). 검사 결과, 갑상선 유두암 의심 소견(Bethesda system category V)이었고, 수술적 치료를 위해 본과로 의뢰되었다. BRAF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초음파 검사 상 중심경부 림프절과 측경부 림프절에 특이 소견은 없었다.
환자 특이적인 과거력이 없었으며, 가족력상 특이 소견이 없었고, 문진상 호소하는 증상이 없었다. 후두 기능 정상이었으며, 촉진 상 만져지는 종괴는 없었다. 갑상선 기능 검사 결과, free T4 1.15 ng/dL(정상범위: 0.8–1.8), thyroid stimulating hormone 0.994 uIU/mL(정상범위: 0.35–4.2)로 정상이었고, 다른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갑상선과 되돌이 후두신경을 보존하고 갑상선 협부를 포함하여 좌측 갑상선 엽절제술을 시행하였으며, 육안으로 시료를 확인하였을 때 협부와 좌엽 사이에서 약 1 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다. 이에 종양에 대한 동결절편검사를 시행하였고, 검사 결과, 갑상선 유두암 의심 소견(suspicious of thyroid papillary carcinoma)이었다. 이에 최종 병리 검사 결과에서 갑상선 유두암으로 확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좌측 중심경부 림프절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조직 검사 결과, 기존 초음파검사에서 확인된 0.8×0.6 cm 크기의 종양이 피막에 둘러싸여 있었고, 또한 초음파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좌상엽의 0.07×0.06 cm 크기의 종양과 좌하엽의 0.08×0.06 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되었다. 갑상선에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조직 소견을 보였으며, 수술 전 초음파 검사에서 확인되었던 좌엽과 협부 사이의 종양, 그리고 좌상엽의 종양의 조직 검사에서 혈관 주변의 유리질 섬유화 소견과 종양 세포 내 핵내가성세포질 봉입이 관찰되었으며, 종양세포의 배열은 소주형 모양이었다(Fig. 2). 면역조직화학 염색 시행 결과, Galectin-3에 국소적인 약양성 발현만 보였고, CD56에 양성, HBME-1에 음성이었다. 이와 같은 조직학적 소견들로 두 종양들은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으로 진단되었다. 좌하엽의 종양은 조직 검사 결과, 악성도불명소포종양(follicular tumor of uncertain malignant potential)으로 진단되었다. 중심경부 림프절 검체에서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환자는 수술 후 별다른 합병증 없이 퇴원하였으며, 현재 재발소견 없이 추적 관찰 중이다.
고 찰
세계보건기구의 내분비 기관 종양 분류에 따르면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은 소주형 성장 패턴과 두드러진 유리질 섬유화를 특징으로 하는 여포 기원의 드문 종양이다.2) 대부분 중년 여성에서 흔하며 여성:남성 비율은 6:1 정도로 알려져 있다.6)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고,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 하시모토 갑상선염, 다결절성 갑상선종, 방사선 노출 등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어 있으며, 대체로 양성종양의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8) 본 증례에서도 조직 검사에서 하시모토 갑상선염 소견이 발견되었다.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의 악성 진행 여부에는 아직 논란이 있다. 1987년 Carney 등이 처음 이 종양에 대해 기술할 때 혈관 침범이나 전이가 없어 양성 종양일 것으로 보고하였으나,1) 반면 2008년 Gowrishankar 등은 피막과 혈관 침범, 혹은 폐 및 림프절로 전이하는 악성형태의 종양에 대해 발표하였다.9) 또한 Papotti 둥은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에서 RET/papillary thyroid carcinoma(PTC) 재배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고, 따라서 이 종양이 갑상선 유두암의 변형된 형태이거나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10) 그러나 악성 종양 진행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악성 종양의 특징(국소 침윤 등)을 보이는 경우도 재발이나 전이 없이 양호한 경과를 보이고, RET/PTC 재배열이 하시모토 갑상선염 등 다른 갑상선 질환에서 역시 발견될 수 있다는 점과 BRAF와 NRAS 변이는 관찰되지 않는 점에서 악성보다는 양성 종양에 방점을 둘 수 있을 것이지만,4) 치료 후 주의 깊은 관찰과 장기간의 추적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증례는 0.8×0.6 cm 종양과 0.07×0.06 cm 크기의 종양이 동시에 발견된 이소성(bifocal)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이었으나,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의 다소성(multifocality)이 임상 경과와 치료 결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은 임상적으로 조직 검사 상 갑상선 유두암과 감별이 쉽지 않은데, 이는 종양 세포의 핵에서 핵구나 핵내가성세포질봉입이 관찰되며, 콜로이드 생성에 의한 석회화가 사종체(psammoma body)와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11) 그러나 소주형 배열과 섬유화 유리질이라는 특징적인 조직학적 소견으로 감별이 가능하며, 면역조직화학염색에서 갑상선 유두암과 달리 세포막을 염색하는 MIB-1 항체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또한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은 high-molecular weight cytokeratin과 cytokeratin 19에 음성이거나 약한 양성을 보이나, 갑상선 유두암은 강한 양성을 보여 감별이 가능하다.13) 본 증례에서는 세침흡인검사에서 갑상선 유두암이 의심되어(Bethesda system category V) 수술을 시행하였으나, 수술 후 조직 검사 결과, 세포의 소주형 배열과 유리질성 간질 소견, BRAF 돌연변이의 음성소견을 보였고, 면역화학 염색 상 HBME-1에서는 음성, Galectin-3에서도 의미있는 양성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CD 56의 경우 양성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소견을 종합하여 갑상선 유두암과 감별할 수 있었다. 간혹 유리질성 간질소견 때문에 갑상선 수질암과 혼동될 수 있으나, 갑상선 수질암과는 달리 면역화학조직염색에서 갑상선글로불린에 양성이고, 칼시토닌에 음성을 보이므로 감별할 수 있다.6) 종양 세포들이 뭉쳐 있는 경우 부신경절종으로 오인될 수 있으나, 부신경절종의 경우 세포들이 내강을 형성하지 않으며 콜로이드를 생성하지 않고, 면역화학염색에서 갑상선글로불린에 음성이라는 점으로 감별이 가능하다.14) Sung 등은 갑상선 유리질소주형 종양을 진단하는 데에 있어 수술 전 세침흡인검사의 유용성을 평가한 결과, 수술 전 감별 진단을 정확히 하기 어렵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