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약물성 턱뼈괴사는 골흡수 억제제 사용으로 인해 턱뼈의 혈액 공급이 저하되어 턱뼈가 괴사되는 질환으로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질환이다. 약물성 턱뼈괴사를 일으키는 원인 약물에는 대표적으로 bisphosphonate 제제가 있으며, 이외에도 골흡수 억제 작용을 하는 단일클론 항체인 denosumab,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sunitinib, sorafenib, imatinib 등의 약물이 원인이 될 수 있다.1,2)
골흡수 억제제는 골다공증 환자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물이며, 일부 골전이가 있는 암환자에서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약물성 턱뼈괴사의 유병률은 골다공증 환자에서 0.3%-0.8% 암환자에서 1.6-14.8%로 암환자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며, 과거 매우 드문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다양한 골다공증 치료약제가 개발되고 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유병률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다.3)
일반적으로 잇몸이 부으면서 구강내 골 노출이 되고, 이가 흔들리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치과에서 주로 다루는 질환이지만 상악골에 발생하는 약물성 턱뼈괴사의 경우, 위치가 상악동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 43%에서 부비동염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성 턱뼈괴사는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생소한 질환이며, 이비인후과 학회지에서 본 질환에 대한 증례 보고는 2012년 최초 증례 보고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5) 본 증례는 1차 의료기관에서 단순 상악동염으로 본원에 의뢰되었던 환자에게서 발견된 약물성 턱뼈 괴사 환자로 수술적 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되고 환자 삶의 질이 향상된 바,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비슷한 환자를 만났을 때 치료결정에 참고가 되고자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82세 여자환자가 3개월 간 지속된 좌측 코막힘과 농성 비루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이 증상으로 타원에서 15일간 항생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였으나 증상에 호전이 없었다고 하며, 6개월 전에 입에서 고름이 나온 적이 있다고 하였다. 과거력으로 당뇨와 골다공증이 있었으며, 골다공증의 치료를 위하여 정형외과에서 1년 전부터 6개월마다 denosumab 주사치료를 받고 있었다. 비 내시경 검사상 좌측 중비도에서 농성 비루가 관찰되었으며, 좌측 상악은 무치악이었으며, 7 mm 크기의 골 노출 부위가 확인되었다(Fig. 1, 2). 부비동 전산화 단층 촬영 상 좌측 상악동, 사골동, 전두동의 부비동염과 함께 1.7 센티미터 크기의 상악골 괴사가 확인되었다(Fig. 3). 이에 약물 유발성 골 괴사 진단 하 정형외과와 치과 협진하였고, denosumab 투여 중단하고 amoxicillin-clavulanate 항생제 투여를 시작하였으며, 이비인후과와 치과 협의 수술을 계획하였다. 치과에서는 잇몸 절개를 통하여 괴사된 골 제거 후 점막을 일차 봉합하였으며, 이비인후과에서 내시경 부비동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중비도 개창술, 전두동 및 사골동 수술을 통하여 좌측 상악동, 사골동, 전두동의 농을 배출하고, 상악동에서 균배양 검사를 실시한 후 베타딘 희석액을 이용하여 좌측 상악동을 세척하였다. 부비동염 수술은 자연공을 넓히고 부비동 내부 점막은 최대한 보존하여 시행하였다. 수술 소견에서 상악동과 악골 괴사 병변이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술장에서 시행한 균 배양 검사 결과, 미생물은 배양되지 않았다. 수술 후 1일째 환자는 특이 소견 없이 퇴원하였으며, 골 노출 부위 없이 수술 부위 치유가 되었다(Fig. 4, 5). 이후 6개월 동안 염증 재발 없이 경과 관찰 중이다.
고찰
약물성 턱뼈 괴사는 2003년 Marx et al.에 의해 처음 보고되어 질환에 대한 역사가 길지 않으나, 골흡수 억제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 및 증례 발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6) 진단 기준은 원인이 되는 약물 복용력이 있으면서, 두경부 방사선 조사의 기왕력이 없고, 8주 이상의 악골 노출이 관찰될 때로 정의되어 있다.7) 위험 인자에는 스테로이드 사용, 방사선 요법, 발치, 열악한 구강 위생 등이 있으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턱뼈의 외상에 의해 질병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구강내 부종이나 염증, 골노출 등이 주증상이지만 초기에는 무증상일 수 있으며, 구강내 골 노출 소견 없이 부비동염 단독으로 증상이 발현하는 경우도 있어 이비인후과에서 상악동염 환자를 진단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특징적인 골파괴 소견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부비동 전산화 단층 촬영 판독시 치근 부위와 상악골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산화 단층 촬영에서 특징적인 골파괴 소견이 확인된다면, 방사선 조사 기왕력 및 약물복용력을 다시 한번 자세히 문진해 보아야 한다. 본 환자에서 수술시 제거된 괴사 골조직에 대하여 조직검사는 시행되지 않았지만, 약물성 턱뼈 괴사의 병리 소견은 불분명한 경계의 괴사 골조직과 이를 세균집락이 둘러싼 특징을 보이며, 이는 골수염이나 방사선 유발 골괴사와 감별진단이 필요하다.7)
약물성 턱뼈괴사는 2007년 미국 구강악안면학회에서 정한 바에 따라 0-3의 병기로 분류되고 있으며,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8) 0기는 골괴사가 관찰되지 않을 때이며, 1기는 골노출과 골괴사가 관찰되지만 감염이 없을때, 2기는 골괴사와 골노출이 있으면서 감염이 동반될 때, 3기는 2기의 소견과 함께 치조골을 넘어서 골괴사가 진행되었을 때이다. 치료는 가능하면 원인 약제를 중단하고, 증상에 따라 통증조절, 항생제 가글을 사용하고, 감염 여부에 따라 항생제를 사용한다. 2기 이상의 경우 파괴된 골조직에 대한 변연 절제술을 실시한다. 과거에 수술적 치료가 비수술적 치료에 비해 우월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수술이 권장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괴사 골조직을 잘 제거하여야 치료 성공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2009년 개정된 미국 구강악안면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속적 감염의 원인이 되는 경계가 뚜렷한 괴사 골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권장한다.9-11)
본 증례는 골 괴사가 상악동까지 연결되어 병기상 3기에 해당하였으며, 환자가 고령인 점, 부비동염 이환 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만성적 점막 비후가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여 염증의 원인이 되는 병소를 빠르게 제거하여 점막 재생을 돕기 위해 치과 수술과 동시에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시행하여 성공적으로 치료가 되었다.
부비동염이 동반된 약물성 턱뼈괴사에서 부비동염 수술의 효용성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앞으로 연구 되어야 할 분야이다.4) 문헌을 고찰해 본 결과, 거의 대부분의 연구가 구강 외과의의 관점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부비동염에 대한 치료를 시행한 연구결과는 거의 없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31명의 부비동염이 동반된 환자 중 상악동 세척술 혹은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동시에 시행한 16명의 환자에서는 부비동염이 모두 호전되었으며, 부비동염에 대해서 약물적 치료만 시행한 나머지 15명의 환자에서는 약 50%의 호전률을 보였다.12) 물론 약물성 골괴사는 뼈 조직에 수술적 처치를 하는 것이 유발인자가 되기도 하며, 특히 발치 후나 Caldwell-Luc 수술 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본 증례에서는 내시경 부비동 수술 결정시 여러 상황을 고려하였으며, 수술 방법은 고식적인 방법보다는 기능적 부비동 수술로 접근하였다. 수술시 중비도 개창술 이외에 하비도 개창술이나 견치와 접근법 등 상악골에 가하는 처치는 골 괴사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상악동 내부 자극은 최소화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