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부비동 점액낭종(mucocele)은 부비동 개구부의 폐쇄로 점액이 저류되어 발생하는 낭종성 병변이며, 내용물이 감염으로 인해 화농한 것을 점액농류(mucopyocele)라고 한다.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으나, 병변이 팽창하면서 주위조직을 압박하거나 골 미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원인으로는 수술, 외상, 염증, 종양 등이 알려져 있다.1) 치료는 점액낭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적 수술과 점액낭종의 내벽 일부를 남기면서 개구부의 환기로를 유지시키는 조대술이 있으며, 최근에는 내시경적 조대술이 선호되고 있다.2) 사골동과 전두동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뇌조직을 침범할 정도로 거대한 전두동의 점액농류에 대한 보고는 상당히 드물다. 본 저자는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으로 부비동 내시경수술을 시행한 후 발생한 좌측 전두엽을 압박하는 거대 전두동 점액농류 1예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4세 남자가 2주전부터 발생한 두통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코막힘, 비루, 후비루, 후각저하 등의 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과거력에서 13년전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으로 양측 부비동 내시경수술을 한차례 시행 받았으며, 고혈압, 당뇨를 포함한 다른 기저력은 없었다. 이전 수술 시 우측 상악동 및 사골동 개방술, 좌측 상악동, 사골동 및 전두동 개방술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 내시경 소견에서 비용, 분비물 등의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이전 수술했던 좌측 전두동 개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표면에 혈관이 노출된 낭성 종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1A). 부비동 전산화단층촬영에서 뇌와 비슷한 밀도를 보이는 병변이 좌측 전두동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전두동은 심하게 팽창된 소견과 함께 뒤쪽 골 벽이 얇아져 있었다(Fig. 1B, C). 이 병변은 부비동 자기공명영상촬영의 T1 강조 영상에서 고신호 강도(high signal intensity; Fig. 2A), T2 강조 영상에서 혼합신호 강도(mixed signal intensity)를 보였으며(Fig. 2B, C), gadolinium에 의해 가장자리에 조영 증강을 보이는 경계가 좋은 병변이었다(Fig. 2D). 7.8×5.0 cm 크기의 경계가 명확한 병변은 좌측 전두엽을 압박하고 있었으나, 뇌 실질의 신호 강도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좌측 전두동에 생긴 점액낭종으로 진단하고, 내시경을 이용한 조대술을 시행하였다. 네비게이션 유도 하에 전두동 개구부에 위치한 낭성 종물을 확인하여 천자한 뒤, 다량의 농성 분비물이 확인되어 흡입하였다(Fig. 3A). 재발 방지를 위해 전두동 개구부를 확장한 뒤(Fig. 3B), 항생제를 섞은 생리식염수를 이용하여 전두동 내를 수회 세척하였다. 수술 시 분비물 외에 종양성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뇌척수액 누출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수술을 종료하였다. 수술 직후 두통 증상은 호전되었고, 당일 촬영한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점액낭종은 완전히 소실된 상태였으나, 전두동 전하방 부위에 점막의 비후로 생각되는 연조직 음영이 관찰되었다. 수술 6개월 후에 촬영한 비 내시경 소견에서 전두동 개구부가 잘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Fig. 4A),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연조직 음영은 사라지고 재발 소견도 관찰되지 않았다(Fig. 4B, C).
고 찰
부비동 점액낭종은 저류된 점액을 포함하는 낭종성 병변이다. 초기에는 무증상이 흔하나, 분비물의 축적으로 팽창하면 주위 조직을 압박하거나 국소적으로 골을 파괴하면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2차 감염을 동반하는 경우, 농류를 형성하여 안와 및 두개내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1) 부비동 점액낭종의 병인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부비동 개구부의 폐쇄에 의해 점액이 저류되고 팽창하는 것으로 생각된다.2) 부비동 점액낭종은 전두동과 사골동에 호발하며, 접형동, 상악동에는 상대적으로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전두동의 발생 빈도가 60%-89% 정도로 월등히 높은데, 이는 전두동의 개구부가 작기 때문으로 생각된다.3) 개구부 폐쇄의 원인으로는 이전 수술력, 외상, 염증, 비강내 종양, 해부학적 이상, 알러지 등이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1)
내시경의 발달로 비가역적 점막만을 제거하고, 정상 점막을 보존하는 부비동 내시경수술이 만성 부비동염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았지만, 부비동 내시경수술 후 발생한 점액낭종의 사례 보고도 증가하고 있다.4) Benkhater 등은 비용으로 부비동 내시경수술을 시행한 153명의 환자를 추적관찰하였는데, 평균 관찰 기간은 11년이며, 그 중 20명(13.1%)에서 점액낭종이 발생하였다고 하였다.5) 이는 이전 연구들에서 Chobillon 등이 보고한 2.5%,6) Devars 등이 보고한 2.6%7)에 비하면 높은 수치였다. 점액 섬모 기능장애는 주로 염증으로 인한 뮤신의 과도한 생성때문에 발생하므로 점액의 점성이 높고, 점액의 저류를 더 잘 유발하는 비용을 동반한 경우, 점액낭종의 발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비용의 경우 술 후 점막의 염증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으며, 비용이 재발하거나 잔존 염증이 술 후 경과에 영향을 미쳐 점액낭종의 발생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도 13년 전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으로 양측 부비동 내시경수술을 시행 받은 환자로, 염증과 비용의 재발로 전두동의 개구부가 막히면서 점액농류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임상증상은 병변의 위치, 크기 및 주위 구조물의 침범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점액낭종 자체는 양성 병변이지만, 골 파괴가 생기면 안와, 두개 내 혹은 비 인두 내로 돌출되기도 한다. 두개 내 침범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파열될 경우 수막염, 뇌 농양, 뇌 수막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중요하다.8) 전두동 후벽은 다른 부위에 비해 얇아 골 미란에 더 취약하며, 본 증례의 경우에도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전두동 후벽이 얇아져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안와를 침범한 경우, 안구통 및 안구 압박감부터 안구돌출, 복시, 시력저하, 안구 전위 및 안구 움직임의 제한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9) 또한 해면 정맥동을 압박하여 안압을 상승시킨 증례도 보고되었다.10) 전두-사골동에 위치한 점액낭종은 두통, 안면 비대칭, 안면 부종 및 안구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안 증상 중에는 안구 돌출(83%)과 복시(45%)가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1) 그러나 본 증례의 경우는 좌측 전두동의 점액농류가 전두엽을 압박하여 두통을 유발하였으나, 안와의 침범은 없어 안 증상이나 안구 돌출 등의 다른 증상은 없었다.
점액낭종의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청취, 신체 진찰과 더불어 전산화단층촬영과 같은 영상학적 소견이 중요한데 병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으며, 크기, 침범 범위, 골 미란 여부 등의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전산화단층촬영에서 점액낭종은 일반적으로 뇌와 같은 밀도의 음영을 보이고 조영 증강되지 않는 경계가 좋은 종양으로 보이며, 부비동 공간의 확장 및 골 미란을 동반한다.12) 점액낭종과 부비동 종양을 감별하는 데에는 자기공명영상검사가 유용하다. T1 강조영상에서 점액낭종은 단백질 함량에 따라 다양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액체 함량이 많기 때문에 T2 강조 영상에서는 대부분 고신호 강도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Singh 등의 연구에 의하면 점액낭종은 확산 강조 영상에서 제한 확산을 보이지는 않았으나,13)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점액낭종은 거대하게 팽창하여 전산화단층촬영에서 7.8×5.0 cm 크기로 전두동 후벽의 골미란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자기공명 T1 강조 영상에서 고신호 강도, T2 강조 영상에서 혼합신호 강도를 보였는데, 이는 점액과 농성 분비물이 물보다 점성이 높고 단백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상태임을 의미하며, 수술 소견과 영상학적 소견이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료는 병변을 제거하고 개구부를 유지하는 것으로, 근치적 방법과 보존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조대술이 선호되는데, 이는 비 외 접근법에 비해 덜 침습적이며, 흉터가 없고, 수술 이후 내시경을 통해 수술부위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antos 등은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전두동 점액낭종에 대한 다양한 수술적 접근을 비교하였는데, 내시경 조대술의 우수한 성적을 보고하였다. 이는 수술 성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술시간도 비교적 짧고, 재발률도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고해상도 내시경은 병변 및 주변 구조물과의 관계에 대한 좋은 시야를 제공한다.2) 내시경 조대술 이후 점액낭종의 재발에 대해서는 장기간의 추적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나, Har-EI 등이 평균 4.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0.9%의 재발률을 보였으며,4) Bockmuhl 등이 12년간의 장기 추적관찰에서 1.6%의 재발률을 보고하였다.14) 하지만 내시경적 조대술은 전두동 외측 병변이나 입구부에 신생 골형성을 동반한 경우 접근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여전히 비 외 접근법을 고려해야 하며, 재발한 점액낭종, 안와-두개안면부의 외상 혹은 수술력이 있는 경우에서도 Draf III 혹은 골 성형 전두동 수술이 효과적일 수 있다.15)
부비동 내시경수술 이후 발생한 점액낭종은 몇 차례 보고되었으나,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적다. 점액낭종의 경우, 술 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 증례의 경우도 수술 후 13년만에 점액농류가 발견되었다. 따라서 이전 부비동 내시경수술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가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영상학적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감별 진단으로 전두동의 점액농류를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